판사도 못 알아듣는 '정영학 파일'…"99% 안 들려"
입력: 2022.05.14 00:00 / 수정: 2022.05.14 00:00

재판부 "알아듣기 힘들다"…'대장동 재판' 난항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사진) 씨, 정 회계사, 남욱·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새롬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사진) 씨, 정 회계사, 남욱·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의혹의 '스모킹건'으로 불리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 조사가 몇 주째 법정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녹음 속 목소리의 주인공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논란이다. 변호인단은 "99퍼센트 이상 안 들린다. 재판부에게도 다 들리는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고 재판부 역시 "거의 알아듣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3일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정 회계사, 남욱·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한 뒤,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정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심리가 이뤄졌다.

검찰은 정 회계사와 김 씨 사이 대화가 녹음된 2021년 2월 18일 자 파일을 재생한 뒤 정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시작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에게 증인과 김 씨 사이의 대화가 맞는지 확인한 뒤 김 씨에게도 "잘 들었냐. 대화하는 사람이 피고인과 정 회계사가 맞냐"라고 물었다. 김 씨는 "맞긴 하는데 제가 말하는 내용 자체를, 제가 못 알아듣겠다"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 청취는 재생에 앞서 검찰이 내용 요지를 설명한 뒤, 시간 관계상 파일을 배속으로 틀어 다 같이 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검찰과 변호인 등 소송 당사자에게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이 제공된다. 음질이 좋지 않아 피고인은 자신이 했던 말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녹취록을 따로 보지 못하는 방청객은 대화자조차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 법정에서 재생된 녹취 파일이 변호인 입장에서는 99퍼센트 이상 안 들리는 상황이다. 저희도 그런데 재판부께서는 다 들리시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은 이어폰으로 들으면 잘 들린다고 주장하시지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결국 이 녹취파일이 어떤 내용인지 법정에서 재생해 청취가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게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지 녹음파일을 재생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재판부가 오감으로 (녹음 파일 내용을) 취득한 결과가 조서에 기재돼야 하는데, 대화자로 지목된 사람의 대화 내용을 거의 식별하는 수준으로밖에 들리지 않고 있다"며 "녹음 파일도 중간에 끊기는 등 (검찰의) 편집의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점을 명확히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요청했다.

재판부 역시 "거의 내용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은 17페이지에 불과한데 녹음 시간은 1시간 21분"이라며 "(변호인단이) 의견 진술 형태로 말씀하신 부분을 공판 조서에 기재하겠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정영학 녹취록 관련 변호인단의 문제제기에 사건에 대한 어떤 의도나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듣고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에 압수수색을 나간 검찰 관계자들. /뉴시스
검찰은 '정영학 녹취록' 관련 변호인단의 문제제기에 "사건에 대한 어떤 의도나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듣고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에 압수수색을 나간 검찰 관계자들. /뉴시스

검찰은 변호인단이 녹음 파일 등의 편집 가능성을 거론한 것에 "녹취록 자체는 수사관이 작성하는게 아니라 속기사가 별도로 있다. 사건에 대한 어떤 의도나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듣고 작성한 것"이라며 "변호사님께서도 녹취록을 보며 직접 들어보시면 오해 없으실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나름대로 중립적으로 녹취록을 작성했고 법정 외에서 들으면 말소리가 (명확하게) 들릴 거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시는데 모든 재판의 증거 조사는 검찰청도, 변호인 사무실도 아닌 법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이 거듭 문제를 제기하자 검찰은 배속 처리없이 원본 파일의 속도 그대로 재생할 것을 제안했다. 재판부는 "식별할 수 있는 선에서 빠르게 듣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런 부분까지 부동의하시는 건(지금 와서 진행 방식을 바꾸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고 있다.

이 파일들은 정 회계사가 2012∼2014년과 2019∼2020년 김 씨, 정 회계사, 남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나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대장동 의혹의 '스모킹건'으로 꼽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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