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경제적 사유는 불가"
입력: 2022.05.09 07:00 / 수정: 2022.05.09 07:00

외교부·법원 "여권법 시행령상 변경사유 아냐"

법원은 최근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활한 사업 활동을 이유로 여권에 표기된 로마자 성명을 바꿀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새롬 기자
법원은 최근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활한 사업 활동을 이유로 여권에 표기된 로마자 성명을 바꿀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원활한 사업 활동을 이유로 여권에 표기된 로마자 성명을 바꿀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 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2년부터 로마자 성명 'B'로 여러 해외 특허를 출원했다. A 씨의 여권상 로마자 성명과 특허 출원인 로마자 성명은 서로 달랐다. 이에 A 씨는 2020년 3월 특허 출원 및 등록을 하지 못해 사업 영위에 지장이 있다며 외교부에 "여권 로마자 성명을 'B'로 변경해 여권을 재발급해달라"라고 신청했다.

외교부는 같은 달 로마자 성명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여권법 시행령 3조의 2 1항은 △여권의 로마자 성명이 한글 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 국외에서 여권의 로마자 성명과 다른 로마자 성명을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해 그 성명을 계속 사용하려고 할 경우 △외교부 장관이 인도적인 사유를 고려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에 한해 로마자 성명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 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 취소 심판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여권상 로마자 성명과 특허 출원인의 로마자 성명이 달라 중동 지역 등에서 특허 출원 및 등록을 하지 못하는 등 사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원고의 신청은 여권법 시행령이 인정하는 변경 사유인 '국외에서 여권의 로마자 성명과 다른 로마자 성명을 장기 사용한 경우', '인도적 사유'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A 씨)는 대부분 국내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국외에서 여권의 로마자 성명과는 다른 로마자 성명을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한 사정이 없다"라며 "원고의 성명 변경신청은 원활한 사업 등 경제적 사유로 보이고 인도적인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원고가 기존 출원했던 해외 특허는 해당 국가의 출원인 성명 변경 절차를 통해 충분히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여권에 표기된 로마자 성명은 생년월일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정보에 해당해,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면 외국에서 한국 국민에 대한 출입국을 심사하고 체류상황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 한국 여권 신뢰도가 저하돼 한국 국민에 대한 사증(VISA) 발급 및 출입국 심사 등이 까다로워질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권 표기 내용의) 변경은 여권법령에서 정한 구체적인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고, 피고(외교부 장관)가 여권법령 범위 안에서 상당한 판단 재량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A 씨는 항소를 포기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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