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갑산 가더라도 할 건 해야"…곽상도 발언 '꿈보다 해몽'
입력: 2022.05.05 00:00 / 수정: 2022.05.05 00:00

'아들 50억 퇴직금 뇌물' 재판…'덕담'인가 '의지'인가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사진)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할 건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가운데, 이 발언의 의미에 관한 검찰과 변호인의 해석이 나뉘었다. /이새롬 기자 (현장풀)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사진)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할 건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가운데, 이 발언의 의미에 관한 검찰과 변호인의 해석이 나뉘었다. /이새롬 기자 (현장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게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할 건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발언을 놓고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봤고, 변호인은 조사를 받고 있는 정 회계사의 어려운 상황을 듣고 건넨 말이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4일 이른바 '아들 50억 퇴직금 뇌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지난 공판에 이어 정 회계사에 대한 피고인 측 반대신문이 이뤄졌다.

정 회계사는 지난달 27일 공판에서 진행된 검찰 측 주신문에서 2015년 무렵 '저와 남 변호사가 조사를 받을 예정이기는 한데 이런 사업(대장동 사업)을 하게 됐다'라고 말하자 곽 전 의원이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할 건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삼수갑산이란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고지란 뜻으로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일을 해내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그는 또 당시 공판에서 "(곽 전 의원이) 헤어질 때 변호사 일을 안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다고 말했다. (사업계획서를) 가져오면 교정이라도 봐준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고위 공직자 출신인 곽 전 의원이 아무리 이익이 없더라도 증인이 작성 중이던 사업계획서를 교정해 주겠다고 말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의문을 표하자 정 회계사는 "제가 의원의 생각까지는 모르지만 뭔가 김 씨의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서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곽 전 의원은 삼수갑산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삼수갑산을 들었던 건 아니냐"며 발언의 진위부터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는 "제가 회계사라 한문에 약해 뜻을 잘 몰라 찾아봤다. 높은 분이 말씀하셔서 궁금해 (삼수) 갑산이 뭔지 찾아봤다"라고 답했다.

변호인은 "증인이 말하는 '삼수갑산'이라는 발언은 두 가지 차원이 있다"며 "증인(정 회계사)이 조사받는 상황인데 사업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삼수갑산 가더라도 할 건 해야지'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냐, 아니면 (사업에) 위험 부담이 있다는 증인의 말에 대한 대답이냐"라고 재차 물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부동산 개발 사업은 위험도 크다"라고 말하자 곽 전 의원이 이 같이 대답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공판에서 정 회계사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조사도 받고 있고 리스크도 있는 종합적 상황에 대해 말한 국면에 말씀하신 걸로 기억한다"라고 답했다.

정 회계사는 또 곽 전 의원이 '사업계획서를 교정해주겠다'라고 제안한 건 오탈자를 봐주겠다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높으신 분이 겸손하게 말씀하신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세금 제외 25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알선수재·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대 총선 무렵인 2016년 3∼4월경 남 변호사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는 회사자금으로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로, 남 변호사는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추가 기소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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