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도, 작성자도 못 밝혀…'고발사주 수사' 아쉬운 성적표
입력: 2022.05.05 00:00 / 수정: 2022.05.05 00:00

손준성 불구속 기소…고발장 작성자 특정은 실패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선거개입사건, 일명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선거개입사건, 일명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선 정국을 뒤흔들었던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 수사를 8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재판에 넘겼지만, 고발장 작성자와 윗선은 끝내 밝혀내지 못하면서 성적표는 초라했다.

공수처 고발사주 수사팀(주임검사 여운국 차장)은 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브리핑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손 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 4개다. 당초 사건 본류로 짚었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다.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공모관계는 입증했으나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찰로 일부 혐의를 이첩했다. 김 의원은 사건 발생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 신분이었다. 윗선으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수정관실 검사들도 불기소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선 정국을 뒤흔들었던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8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정용무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선 정국을 뒤흔들었던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 수사를 8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정용무 기자

◆ 고발장 전달 루트는 '손준성→김웅→조성은'

손 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면서 소속 검사 등에게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변호사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을 지시하고, 고발장을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당선인과 손 검사 등을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손 검사는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사건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1, 2차 고발장과 '제보자X' 지모씨의 실명판결문을 전송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의원은 이를 조씨에게 다시 전달해 '손준성→김웅→조성은'의 전달 경로가 파악됐다. 텔레그램 전송 시각 등을 봤을 때 중간에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손 검사가 국회의원 선거에 부정적 여론형성을 끼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 정보를 총괄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이 범죄혐의 정보가 담긴 고발장을 전송한 행위에는 공무상비밀누설을, 지씨의 실명판결문을 전송한 행위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를 뒀다.

공수처는 "김 의원과 조씨 간 통화녹취록 등을 보면 손 검사와 김 의원은 공모해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측에 제공함으로써 검찰에 고발하도록 하거나, 고발장 등을 활용해 검찰총장(윤석열 당선인)과 가족, 검찰 조직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최강욱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점 역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총선 전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수정관실 판결문 검색기록과 검찰메신저 기록 등을 살펴보면 손 검사가 수정관실 소속 부하직원들에게 지시해 지씨의 판결문을 검색, 출력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다만 고발장 최초 작성자는 밝히지 못했다. 손 검사의 지시로 1, 2차 고발장을 수정관실 공무원들이 작성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했다고 인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서 수사를 했지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작성자를 증명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직권남용 혐의 부분을) 불기소 처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고발장 작성자 찾기는 실패…한계 부딪힌 수사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는 데 실패하면서 당초 사건의 본류로 짚었던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도, 윗선 규명도 못했다. 윤석열 당선인과 한동훈 후보자에 대해선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으로 고발이 됐는데 작성자에 대해 특정 단계에서 '혐의없음' 처분하니까 수사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인정되기 어려웠다"며 "결과적으로 작성자가 누군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는 게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손 검사의 휴대전화 잠금해제도 실패했다. 손 검사는 2차 구속영장이 청구될 당시 재판장 앞에서 휴대전화 잠금해제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후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공수처는 8개월간 수사를 이어왔지만 사실상 손 검사 한 명만 재판에 넘기게 됐다.

여운국 차장은 "앞으로도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고위공직자범죄행위를 엄단해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공명한 선거풍토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향후 재판과정에서 고발장 전달 경로 등을 밝힐 방침이다. 공수처의 명운이 달린 사건으로 보고 있는 만큼 수사팀과 손 검사 간의 치열한 입증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손 검사의 변호인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사건 처리 과정을 통해 공수처는 스스로 아마추어임을 자청한 것을 넘어 '정치검사'의 길로 걷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해 손 검사의 무고함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전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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