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축소 이후] 헌재, 文 마지막 법안 제동 걸까…판례 보니
입력: 2022.05.04 05:00 / 수정: 2022.05.04 05:00

절차상 하자 인정해도 '법 질서'상 무효 어려울 듯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뉴시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에 이목이 쏠린다. 대검찰청도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당사자 적격' 문제가 있어 법무부와 함께 청구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다만 판례상 절차적 하자가 인정되더라도 법안 자체가 무효화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 국회의장의 행위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하려 한다"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제대로 논의·심사되지 않았고 안건조정위원장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을 의결했다"며 "민주당이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하다"라고 청구 사유를 설명했다.

법안 통과를 둘러싼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 당시 평화민주당 의원들은 민주자유당이 본회의에서 광주보상법, 국군조직법 등 26개 법안을 2분 만에 통과시킨 것을 문제 삼아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재는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모두 각하했다. 각하란 청구 자체가 적법하지 않아 본안 판단 없이 심판을 종료하는 절차다. 헌재는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관장하는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한쟁의 심판을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 권한쟁의 심판으로 한정한다"며 "국회의 경우 국회만이 당사자로서 권한쟁의 심판을 수행할 수 있을 뿐 국회 구성원이나 국회의원 및 교섭단체 등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후 국회의원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권은 인정됐지만 법안 자체가 무효화된 선례는 찾기 힘들다. 헌재는 1997년 이른바 '노동법 날치기' 입법 사태 관련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에서 "복수 정당 제도 아래 여당과 야당의 대립과 타협에 의해 국회가 운영되는 현실, 한국과 유사한 권한쟁의 심판 제도를 두고 있는 독일의 경우 국회의원의 권한쟁의 심판을 허용하고 있는 사례에 견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은 권한쟁의 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가결선포안 위헌확인 청구는 "국회 입법절차의 특성상 의도적이든 아니든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률안의 가결 선포 행위를 무효로 한다면 국법질서의 안정에 위해를 초래하게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이새롬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이새롬 기자

10여 년 뒤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이윤성 당시 국회부의장(의장 직무 대리)의 한국정책금융공사법안 통과에 대해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위헌확인 청구에서도 이 같은 판단은 유지됐다. 이 전 대표는 법안 반대 토론을 신청했으나 그대로 표결을 진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헌재는 2011년 결정에서 "국회의장이 반대토론 절차를 생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토론 절차를 생략하기 위한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표결 절차를 진행한 건 국회법 위반"이라고 절차상 하자를 인정했다. 다만 "법률안들에 대한 심의·표결 절차에서 그밖에 국회법상 다른 위반 사항이 없고, 헌법에 규정된 다수결의 원칙이나 회의 공개의 원칙 등 국회의 의사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이러한 사정(반대토론 묵살)만으로 가결 선포 행위를 무효로 한다면 국법 질서의 안정에 위해를 초래하게 돼, 입법 절차에 관한 헌법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없다면 가결 선포 행위를 무효로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 권한쟁의 심판 청구부터 인용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제일 변호사는 "검찰 측은 민 의원 탈당과 관련해 민법상 통정허위표시 내지 위장 탈당이라 하자가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을 하는데, 민법에 따르더라도 민 의원은 탈당하겠다는 자신의 진의(속에 품고 있는 참뜻)대로 탈당 의사를 표시하고 탈당계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를 통정허위표시(상대방과 통정해 행한 허위의 의사 표시)에 따른 위장 탈당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며 "민 의원의 (법안 통과를 위해 탈당한다는) 정치적 지향점은 민법상 의사표시의 진의와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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