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원은 형이 처리"…대장동 '의회 로비' 정황
입력: 2022.05.02 21:05 / 수정: 2022.05.02 21:05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정영학 녹음 법정공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사진) 씨가 성남시의회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정영학 회계사의 통화 녹음 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이새롬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사진) 씨가 성남시의회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정영학 회계사의 통화 녹음 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재판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성남시의회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정영학 회계사의 통화 녹음 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이른바 '바지 사장'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발언과 수사기관 수사를 염려한 정황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일 김 씨와 정 회계사,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남욱·정민용 변호사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등 혐의 사건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달 29일 공판에 이어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음 파일이 재생됐다. 이 녹음 파일은 정 회계사가 2012~2014년, 2019~2020년 김 씨와 남 변호사 등과 주고받은 대화와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검찰은 "공사 조례안이 통과된 직후 김 씨와 정 회계사 사이 통화로, 개발 사업 관련 이익을 약속했던 사람들에게 잘라서 줘야 하고 강한구 당시 성남시의회 의원 로비는 김 씨가 맡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강 의원은 2012년까지만 해도 공사 설립에 유보적이었다가 이듬해 2월 찬성 의견을 냈다"며 66건의 녹음 파일 가운데 2013년 3월 9일자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는 김 씨가 "(강) 한구 형 부분도 형(김 씨 본인) 선에서 처리하겠다"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가 "10억, 20억 가져가서 정리하셔야 한다. 나중에 그쪽에서 문제 생기는 건 책임져야 한다"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이어진 통화에서는 '의장님'이 언급됐다.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은 최윤길 씨였다. 정 회계사가 "통화해 봤느냐"도 묻자 김 씨는 "거기도 한 번 가봐야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점점 의장이 세질 거다.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 통화에서 남 변호사를 언급하며 "욱이는 안 봐도 찰싹 붙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회계사는 이에 "욱이는 잘 붙었습니다"라고 했다. 최 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을 돕는 대가로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40억 원대 성과급 등을 약속받은 혐의로 2월 재판에 넘겨졌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 사건 지난달 1심 18차 공판에 증인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 사건 지난달 1심 18차 공판에 증인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유 전 본부장이 황무성 전 공사 사장을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앉혀 뒀다는 내용도 나왔다. 2014년 4월 17일 자 녹음 파일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전화해 "(유 전 본부장이) 공사 사장으로 오실 분과 골프 치고 왔다더라. 대외적으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전문가 앉혀 놓고 일은 제가(유 전 본부장이) 결정해서 한다며 형 믿고 일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은 지난달 증인으로 출석해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자신은 바지 사장에 불과했고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를 배경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남 씨는 유 전 본부장이 "형을 믿어라", "1공단 수용할 거다", "적당히 시장님을 설득하겠다"라고 말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였다. 1공단은 경기 성남 신흥동에 있는 제1공단을 말한다. 성남시 방침은 애초 1공단과 대장동을 결합해 수용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었으나 2016년 1공단과 대장동을 분리 개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강제성을 띠는 수용 방식 대신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는 환지 방식을 선호한 토지 소유자들의 여론과도 다른 결정이었다. 검찰은 이 결정에 화천대유의 의도가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한 사람이 특정되지 않았으나 수사를 염려한 정황도 녹음 파일에서 드러났다. 2013년 4월 무렵 대장동 사업 관계자로 보이는 세명 가운데 한 명이 단체사진을 찍자고 제안하자 한 화자가 "형이 나중에 휴대전화 분실하면 X 되는 수가 있다. 둘만 찍으라"며 "압수수색하면 휴대전화부터 빼앗는데 이걸 잃어버리면 어떡하냐"라고 염려했다.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 청취는 3일과 6일 공판에서도 계속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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