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관련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근무했던 검사가 이성윤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고검장, 사진)으로부터 "법무부, 대검과 다 얘기가 됐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관련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근무했던 검찰 간부가 이성윤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고검장)에게 "법무부, 대검과 다 얘기가 됐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를 중단하라는 직접적인 발언은 없었고 '대검에서 수사를 원하지 않는구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현 서울북부지검장)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고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밝혔다.

배 지검장은 안양지청 차장검사로 근무하던 2019년 6월 이 고검장이 자신에게 전화해 "법무부 하고 대검 하고 다 이야기가 돼서 그렇게 된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장도 보고받아서 알고 있으니 확인해보라"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의 '법무부나 대검의 의사가 이미 반영된 출국금지를 왜 문제 삼느냐는 취지였냐', '대검이 수사를 원치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느냐' 등의 질문에 배 지검장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정확한 날짜를 특정하지 못했지만 배 지검장은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비위 혐의가 담긴 보고서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보고한 뒤 통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전화를 하신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저희가 수사계획을 보고 드렸기 때문에 '고생했다', '원칙대로 잘해봐라' 이런 말씀을 하셔야 (수사를) 승인하신 건데 그런 말씀 대신 아까 증언한 이야기('법무부·대검과 이야기됐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어서 대검에서 우리 보고서가 마음에 안 드는구나, 대검에서 이 수사를 원하지 않는구나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 고검장 측은 반대신문에서 당시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어떤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어느 시점에서 수사가 중단됐는지를 물었다. 배 지검장은 "대검에서 가르마를 타서 누구를 수사하라고 하면 구체적인 수사 계획을 세웠을 텐데 아무 피드백이 없었다"며 "차장 입장에서는 당장 누구를 조사했어야 했는데 못했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웠고 그냥 수사 전체가 진행되지 못했다"라고 기억했다.

변호인은 또 '(이 고검장과) 대화 과정에서 직접적인 추가 수사 중단 운운은 없었고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배 지검장의 진술이 담긴 수사기관 조서를 공개했다. 변호인이 '대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추가 수사를 중단을 운운하지 않고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는 진술이 사실이냐'라고 묻자 배 지검장은 "그런 말씀(수사 중단)은 기억에 없다"라고 답했다.

이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 수사를 하겠다고 보고한 안양지청에 외압을 가해 수사를 중단시킨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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