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으로서 유폐된 심정…언론 조금 더 공정해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세종-서울간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권 분리를 두고 일어난 일련의 과정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유폐됐다"고 29일 말했다. 검찰이 장관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집단적 움직임을 보인 것에 심경을 밝힌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국 고검장들과 만나서 '나는 유폐된 사람'이라고 말했다"며 "제가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고 내 나름대로 양심을 걸고,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은 했다"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하루도 쉴 틈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검사들과 대화하고 엄청난 노력을 해왔는데 지난 3주간 '내 역할은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법안에 대해 나름 연구도 하고 궁리도 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중재안을 합의했는데도 유폐된 사람에게 (검찰의 시각에서) 매일 원론적인 이야기를 물어본다"고 서운한 심경을 전했다.
검찰 수사권 분리 논의가 시작된 계기가 검찰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안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겠나. 검찰이 아직 공정하지 못하다고 국민들도 생각하기 때문에 검찰개혁 화두가 힘을 받는 것"이라며 "(수사권 분리 추진이 부당하다는 것의) 전제는 검찰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고 검찰이 스스로의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장관에게 검찰의 시각을 담아서 '검찰이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떤 의견이냐'고 묻는다. 조금 더 공정하게 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 국민의힘이 일방적인 파기를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장관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기가 불러준 대로 중재안이 합의됐다고 이야기 했다. 여야가 강고한 합의를 한 것이 아닌가"라며 "1차 합의가 있었고, 사실상 2차 합의까지 있었고 수정안 역시 민주당의 일방적 의견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7시간 동안 밥도 못 먹게 하고, 자리를 못 떠나게 했다. 왜 그런데 (기자들은) 마치 법안이 달라진 것 없는 것처럼 (검찰의 입장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물어본다"며 "나는 과객에 불과하다는 비유를 쓴 적이 있는데 처지를 다 알지 않느냐. 내 역할은 다했고, 그런 과정에서 2차 합의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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