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퇴직금 50억은 대가성" 정영학 증언에 곽상도 '버럭'
입력: 2022.04.28 00:00 / 수정: 2022.04.28 00:00

"왜 거짓말해"…재판부 "상당히 부적절" 지적

정영학 회계사가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은 대가로 곽상도(사진) 전 국회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5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이새롬 기자
정영학 회계사가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은 대가로 곽상도(사진) 전 국회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5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영학 회계사가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은 대가로 곽상도 전 국회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5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곽 전 의원은 "왜 거짓말하느냐"라고 호통쳐 재판부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정 회계사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화천대유 전무 양모 씨에게 '곽 전 의원 아들에게 50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건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한 대가'라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곽 전 의원 아들의 최초 계약서 속 성과급은 애초 5억 원이었다. 양 전무는 10배 이상 늘어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사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양 전무는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는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막아줘서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며 양 전무를 달랬다고도 덧붙였다.

반대로 양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50억 원을 지급한 이유가 컨소시엄 무산을 막은 대가라는 것을 정 회계사나 김 씨에게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검찰 시각에 부합하는 증언이다.

정 회계사는 또 2018년 11월 식사 자리에서 곽 전 의원이 "많이 벌었으면 나눠줘야지"라며 김 씨에게 돈을 요구했고, 김 씨가 "법인 돈이어서 안 된다"며 거절해 다툼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정 회계사는 이날 공판에서 김 씨 등과의 대화를 녹음한 경위에 대해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크게 책임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녹음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녹음 파일을 임의 제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고 어떻게 보면 모든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며 "스트레스로 안 좋았고 김 씨 주변에 정치인이나 고위 법조인들이 많아 두려웠다"라고 설명했다.

피고인석에 앉아 증인신문을 지켜본 곽 전 의원은 점심시간 퇴정하는 정 회계사를 향해 "정영학, 정영학!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정 회계사는 잠깐 곽 전 의원을 쳐다봤을 뿐 별다른 반응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점심시간 뒤 재개된 재판에서 재판부는 "공판이 개정된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방어해야지, 공판 외의 행동을 하는 건 상당히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곽 전 의원은 "답답해서 그랬다"라고 해명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세금 제외 25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알선수재·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로 재판에 넘겨졌다. 20대 총선 무렵인 2016년 3∼4월경 남 변호사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는 회사자금으로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로, 남 변호사는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추가 기소됐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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