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증인신문…"'회사 좋아질 것' 얘기 나눠"
이른바 '선수' 이정필 씨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소개로 김건희(사진) 여사를 만났다"라고 증언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자신 명의의 증권 계좌를 빌려준 상대로 지목된 이른바 '선수' 이정필 씨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소개로 김 여사를 만났다"라고 증언했다.
이 씨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권 전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2010년 1월 권 전 회장을 통해 김 여사를 소개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권 전 회장이 전화해 학동사거리 쪽으로 오라고 하셔서 갔더니 김 여사가 있었다"며 "김 여사를 소개하려고 (권 전 회장이) 그 자리에 저를 부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권 전 회장이 저를 불렀을 때 두 사람이 함께 회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권 전 회장과 김 여사는 당시 '회사가 좋아질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또 이 씨는 김 여사 명의의 신한투자증권 계좌에 대한 주문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위임받은 상황에 대해서는 "권 전 회장이 회사가 좋아질 것이라는 비전을 말하자 김 여사가 '그렇게 회사 좋아지면 회사 주식 사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며 "자기가 증권 계좌에 돈이 한 10억 정도 있는데 그걸로 주식을 사본다고 하면서 저한테 주문을 내달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여사는 그 자리에서 증권사 담당자에게 전화해 '이 씨가 주문을 내면 받아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씨 역시 김 여사와 담당자 사이 통화가 사실이라며 "그날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 제가 주문을 냈다"라고 말했다.
권 전 회장 등은 2009년 12월부터 3년 동안 이른바 '선수', '부띠끄' 투자자문사와 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함께 91명 명의의 157개 계좌를 이용해 허위매수를 하는 방식 등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뢰를 받은 '선수' 이 씨 등은 도이치모터스에 우호적인 투자분석 보고서를 만들고 증권사 동료 등과 비정상적인 주문을 내는 방법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으로 매집된 주식은 1661만 주, 654억 원어치, 권 회장 일당이 매도차익 등으로 얻은 부당이득 액수가 82억 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연루된 상태다. 지난 2월에는 이날 증인인 이 씨 외에 권 전 회장의 공범인 투자자문사 대표 A 씨에게도 증권계좌를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씨는 8일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 여사를 권 전 회장으로부터 소개받았으나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라고 증언했다. A 씨가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 컴퓨터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이 나온 것에는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A 씨 관련 의혹이 제기된 당시 국민의힘 측은 "김 여사가 미래에셋대우증권 계좌로 직접 주문한 거래로 A 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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