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고검장들 회의…"수사권 분리 막아달라"
입력: 2022.04.21 19:51 / 수정: 2022.04.21 19:51

박범계 "깊은 고뇌 필요…상의 없이 단체행동에 큰 상실감"

박범계 법무부장관(오른쪽)이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국 고검장 간담회에 앞서 권순범 대구고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 제공
박범계 법무부장관(오른쪽)이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국 고검장 간담회에 앞서 권순범 대구고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법무부 제공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법안에 반대하는 전국 고검장들의 의견을 듣고,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회의를 개최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6명의 고검장과 함께 회의를 가졌다.

고검장들은 박범계 장관에 "법안 문제점에 대해 일치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특히 이번 법안은 검찰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역량을 발휘해 법안을 저지하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법무부는 박 장관이 "법안과 관련한 법무·검찰의 논의 진행방식에 깊은 소회를 토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박범계 장관이 평검사 회의, 부장검사 회의에서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 등 상당히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하며,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내부통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설명하고 고검장들의 공감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퇴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장관은 "3시간 동안 깊은 토론을 할 수 있어서 저로서는 상당히 의미 있고, 중요했다고 생각한다"며 "고검장들 모두 예의 있고, 절제됐다. 그러면서도 할 이야기는 다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자신이 고검장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마지막까지 수사권을 행사하는 이상 법안 논의와 관계없이 검찰에게 부여된 수사의 공정성을 노력하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고검장들은 구체적으로 수사기소 분리 법안에 강력한 반대를 하고, 저에게 역할을 해달라는 그런 부탁이 있었다. 아무래도 저는 경청하는 입장이었다"라고 언급했다.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과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법무부 장관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집단적인 반대 의견을 먼저 낸 것에는 서운함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제가 검찰 수사에 대한 이의제기권과 같이 검찰 내부에서 심사할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했는데, 이런 제안을 전달하기도 전에 2주째 검찰 내부의 의견이 중계되다시피 했다. 그것에 대한 소회를 말씀드렸다"며 "저하고 큰 상의 없이 단체적인 의사표시가 진행된 것에 대해 제가 느꼈던 깊은 상실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은 법안 저지를 막아달라는 고검장들의 요청을 두고는 "깊은 고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지금 행정부의 장관인데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가진, 또 고도의 자율성을 가진 의회에 그렇게 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법안과 관련해 조금 더 구체적인 의견을 법사위가 열리면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검찰이 수사의 중립성을 두고 진정성 있게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검찰의 공정성·중립성 지적에 반성한다는 부장검사와 평검사들의 의견을 높이 평가했다. 박 장관은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보고 정말 놀라기도 했고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검찰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국민들께 진정성 있는 무언가를 선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박 장관의 요청으로 열렸다. 박 장관은 회의 소집 배경으로 조종태 광주고검장의 항의성 문자메시지가 결정적 배경이었다고 짚었다. 조 고검장은 전날(20일) 김용민 민주당 의원에게 '참으로 부끄럽다. 국회가 우습냐고 하셨더라. 제가 묻고 싶다.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박 장관은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다. 아침에 만나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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