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이 마약 제보자 "양현석 말 안 들으면 '죽겠구나' 생각"
입력: 2022.04.18 17:40 / 수정: 2022.04.18 17:40

'수사 무마·협박 혐의' 재판서 증언…"땅만 보고 '네'만 해"

양현석(오른쪽)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양현석 전 대표는 2016년 소속 가수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연습생 A 씨를 회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임세준 기자
양현석(오른쪽)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양현석 전 대표는 2016년 소속 가수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연습생 A 씨를 회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임세준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투약 사실을 경찰에 진술한 제보자가 양현석 전 YG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협박이 사실이라며 "이 사람 말을 듣지 않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표와 YG엔터테인먼트 직원 김모 씨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비아이의 마약 투약 사실을 경찰에 진술하고 언론에 제보한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A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 씨는 2016년 8월 사옥에서 양 전 대표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직원 김 씨도 동석해 김 씨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갔다고 밝혔다.

A 씨의 증언 내용을 종합하면 양 전 대표는 처음부터 A 씨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고 비아이의 마약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본 뒤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양 전 대표는 '어차피 일본 가서 뭐 맞고 오면 (약물 검사 결과에서) 음성 나온다', '착한 애가 돼야지 나쁜 애가 되면 안 된다',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이 수사기관 조서도 직접 볼 수 있다며 경찰 진술을 번복하면 변호사를 붙여주겠다고 회유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증인에게 마약 범행과 관련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진술 번복을 강요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협박하는 한편 진술을 번복할 경우 변호사도 선임해주겠다고 회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 역시 검찰의 설명이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사옥에) 도착하자마자 얼굴을 거의 보지 못하고 땅만 보고 있었다. 남자 둘과 저 혼자 있었는데 이야기들이 전부 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여기서 '이 사람 말을 듣지 않으면 나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양 전 대표의 존재감에 대해서도 "저 같은 일개 연습생이 양 전 대표와 대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일 정도로 양 전 대표는 사회적으로나 그 분야에서나 무섭고 권위적인 사람이었다"며 "(사옥에서 만날 당시) 저는 땅만 보고 '네'만 할 정도로 너무 무서웠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A 씨는 '수사기관 조서도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양 전 대표의 말에 정말 보복을 당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앞서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 가운데 비아이 관련 내용이 다 없어져 있었다며 "저는 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으니 이 말(양 전 대표의 말)을 안 들으면 큰일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표와 경찰관이 유착했다고 판단했냐는 검찰의 물음에도 "네"라고 답했다.

A 씨는 사옥에서 협박당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김 씨에게 휴대전화를 받아 화장실에 걸려 있는 액자를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화장실에서 5분도 있지 않았는데 김 씨가 문 앞을 지키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안 나오냐고 짜증을 냈다. (김 씨가) 문 앞을 지키고 있어서 화장실 칸 안에서 (액자 사진을) 찍었다"라고 증언했다.

양 전 대표 등은 2016년 소속 연예인 비아이의 마약 구매를 경찰·언론 등에 알린 제보자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바꾸도록 협박·강요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경찰은 비아이의 마약 투약 혐의와 양 전 대표의 협박 등 혐의에 대해 각각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6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양 전 대표 측은 A 씨를 만난 사실은 있지만 협박하거나 강요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아이는 지난해 9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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