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검장 "수사권 폐지하면 검찰 존재 의의 사라져"(종합)
입력: 2022.04.11 21:15 / 수정: 2022.04.11 21:15

"국민에 알리는 의견개진 필요해" 집단행동 비판에 반박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전국 지방검찰청장들은 11일 수사기능을 폐지하면 검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진다며 더불어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 지검장들은 이날 검찰총장 주재로 회의를 연 뒤 "국회에서 가칭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해 검찰 수사 기능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제도를 둘러싼 제반 쟁점을 놓고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형사사법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은 지난해 형사사법제도 개편 후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며 수사 기능 폐지를 우려했다. 지검장들은 "형사사법제도 개편 이후 범죄를 발견하고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고 진실규명과 사건처리의 지연으로 국민들께서 혼란과 불편을 겪는 등 문제점들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점조차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고 충분한 논의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이 성급히 추진된다면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며 "검찰 수사는 실체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사건관계인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필수 절차다. 검찰의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게 되면 사건관계인의 진술을 직접 청취할 수 없는 등 사법정의와 인권보장을 책무로 하는 검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과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회의 뒤 브리핑을 열어 형사사법제도 개편 후 일선에서 느끼는 애로와 국민 불편을 강조했다. 수사기능 폐지가 아니라 기존 제도를 보완해야 할 때라는 취지다.

김후곤 지검장은 무고 인지수사를 예로 들며 "수사권 조정 전인 2020년 706건인 무고인지 건수가 이후에 206건으로 71% 급감했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건수 급감, 수사지연이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대구지검의 경우 2021년 1~3월 경찰에 요구한 보완수사 중 96건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김 지검장은 "1년 동안 운용한 문제점을 평가하고 개선할 점은 개선하고 잘못된 점은 잘못됐다고 평가하는 시점이 됐다. 이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날 안건 중 하나였던 국민 신뢰 회복 방안을 놓고는 "저희가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 하는 방안들이기 때문에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는 정도만 이해해달라"고 구체적 설명을 피했다.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박성진 차장검사,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남용희 기자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박성진 차장검사,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남용희 기자

입법부의 활동에 집단 반발하는 공무원은 없다는 민주당의 지적에는 "집단 반발로 보여지는 것을 경계하며 그렇게 비춰지는 점 죄송하다"면서도 "입법과정 절차와 내용의 문제를 국민들께 알릴 필요성이 있다. 누구도 국민의 대표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지검장들이 구성을 제안한 국회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는 지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지검장은 "이 법을 추진하는 국회가 형사사법체계 한 축을 담당하는 대한변호사협회, 법원, 시민단체 등 의견도 들어보고, 검찰이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거라고 한다면 물러서야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수사권 폐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검장 총사퇴 가능성을 포함한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검사장이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일치된 입장이다. 다만 지금은 이 법안이 국민에 피해로 돌아갈 거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총사퇴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검장 회의 모두발언에서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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