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간 조국 딸 입학취소…'재량권 일탈' 쟁점될 듯
입력: 2022.04.10 00:00 / 수정: 2022.04.10 00:00

처분 사유는 뒤집히기 힘들어…'입학취소는 지나치다' 논리 예상

감찰 무마와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윤웅 기자
감찰 무마와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윤웅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관련 법정 공방이 행정소송에서 또 벌어진다. 형사재판에서 입시비리 혐의 모두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입학취소 처분 사유 자체보다는 '처분이 너무 가혹하지 않은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 측은 자신의 입학을 취소한 고려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상대로 "입학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본안 소송 확정일까지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했다.

행정소송에서 가능한 쟁점은 크게 두 갈래다. 처분 사유 또는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다. 주목할 점은 형사재판과 다소 결이 다른 개념인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다. 합당한 처분 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 '처분이 너무 과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예컨대 최근 법원에서는 하청을 맡기지 않고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입찰 계약 조건을 어긴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의 취소소송 청구를 재량권 일탈·남용을 이유로 인용했다. 이 업체는 계약 조건을 실제로 어겼다. 조건을 위반한 첫 번째 계약을 전제로 서류를 마련해 두 번째 입찰 공고에 지원, 합격했으나 덜미가 잡혀 1년간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이 업체의 계약 조건 위반 사실을 인정했지만 공공기관 입찰 공고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이라 처분에 따른 손해가 막심하고 문제된 부분을 제외해도 낙찰자로 선정되는데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조 씨의 사례에 대입하면 입학 취소 사유인 허위 경력 제출이 사실이고 입학 취소 사유로 합당한지, 사실이라도 조 씨에게 입학 취소처분이 너무 가혹하지 않은지를 따질 수 있다. 부모 또는 지인이 위조한 서류를 대학에 제출하고, 일부 대학에는 합격해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사실관계와 위법성이 대법에서 확정됐기 때문에 처분 사유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 판결이 관련 사건 하급심에 반드시 기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미 대법에서 확정된 사안이 하급심에서 뒤집히기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조민 씨의 고려대 입학취소 처분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될 서울북부지법. /이새롬 기자
조민 씨의 고려대 입학취소 처분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될 서울북부지법. /이새롬 기자

조 씨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된 서류가 합격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부산대의 경우 지난해 8월 자체 조사에서도 '문제 된 경력을 기재하지 않았거나 표창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불합격했을 것이라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행정소송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조 씨 측 역시 지원 당시 합격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문제된 경력을 기재했을 텐데, 합격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조 씨 측 주장에 일부 부합하는 부산대 자체 조사 결과도 큰 영향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변호사는 "문제 된 서류의 영향력과 별개로 '부정한 행위로 입시 절차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사유로 입학을 취소했다는 반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부정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비교적 확실하기 때문에 조 씨 측에서도 이러한 논리를 되받아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조 씨 측이 언급한 부산대 자체 조사 결과 내용의 전체적 맥락은 '문제 된 서류의 합격 영향력 여부와 상관없이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라 입학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박홍원 부산대 부총장은 지난해 8월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공정위)는 동양대 표창장과 입학 서류에 기재한 경력이 주요 합격 요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2015학년도 의전원 신입생 모집요강에는 제출 서류의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불합격 처리를 하게 돼 있다. 대학본부가 입학 취소 여부를 판단할 때 지원자의 제출서류가 합격에 미친 영향력 여부는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고려대 역시 조 씨의 허위 경력 사실을 인정한 형사 판결문과 이 경력이 요약된 고교 생활기록부를 검토해 입학 취소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가 쟁점이 된다면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행정소송 경험이 많은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조 씨가 '부정한 행위를 하기는 했지만 이제 와서 입학을 취소하기까지 해야 하느냐'고 주장할 수 있다. 학부모가 허위 경력을 만들어줬을 뿐 학생 당사자는 학교를 속이겠다는 고의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다퉈볼 만하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조 씨의 문제된 경력은 지원 필수 요건이 아닌 점수 요건에 해당한다. 합격에 결정적인 영향이 없는 부분을 위조한 행위에 비해 입학취소 처분은 조 씨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논리라면 공방이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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