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상 불이익 감수하기 쉽지 않았을 것"
이사장 지시로 학교 운영비 등 수백 만원을 횡령한 교사에 대한 해임 처분은 과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학재단 이사장 지시로 학교 운영비 등 수백 만원을 횡령한 교사를 해임한 처분은 지나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당시 이정민 부장판사)는 교사 A 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사학재단 B 학원이 운영하는 학교 교원으로 근무하던 중 학교 회계운영을 부적절하게 했다는 이유로 2020년 2월 해임 처분을 받았다.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청심사청구를 했으나 교원소청심사위의 판단도 같았다. 이에 A 씨는 법원에 교원소청심사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A 씨의 횡령은 B 학원의 설립자이자 실질적인 인사권자였던 당시 이사장 C 씨의 지시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A 씨는 처음에는 이 같은 지시를 거절했으나 교내 상급자인 교장·교감의 지속적인 종용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고, 교육청 감사가 시작된 뒤 적극적으로 협조해 B 사학법인의 비리를 적발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다. C 이사장이 징역 7년과 추징금 약 34억 원을 선고받는 등 관련자들은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법원 역시 A 씨가 C 이사장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고 개인 이익을 위해 횡령 행위했다며 A 씨에 대한 해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C 이사장은 B 학원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으로서 1980년대부터 교장부터 교사까지 교직원을 독자적으로 선발·해임하거나 보직을 변경하는 등 인사권을 행사해왔다. 학교 행정실을 통해 재정과 회계 및 행정 사무 전반을 관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재판부는 "경비 집행의 부적절함을 인식했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기존 관행을 거부하면서 원칙대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고(A 씨)가 횡령한 금액은 모두 383만 원으로서 소액이고 대부분 C 이사장에게 지급됐거나 C 이사장 등을 위한 선물 구입비로 사용됐으므로 원고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횡령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재판부는 일부 징계 사유는 5년의 징계 시효가 지나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고, A 씨의 횡령 액수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금액을 장기간 빼돌린 관련자와 같은 처분을 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교원소청심사위가 1심 판결에 승복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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