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이어 공수처장 거취 언급…"'검찰공화국' 시동 거나"
입력: 2022.03.31 00:00 / 수정: 2022.03.31 07:47

김진욱 임기 2024년 1월까지…중립성 훼손 논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이 인수위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계자들이 인수위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의 거취를 언급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위는 사퇴 압박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에 앞서 물의를 빚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김오수 검찰총장 자진사퇴 종용 이후 비슷한 사례가 반복돼 우려도 나온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에서 공수처와 간담회 후 브리핑을 열었다. 이 의원은 "김 처장의 거취에 대해서 입장표명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국민적 여론이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발언 배경을 두고 이 의원은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거의 바닥이라서 국민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며 거취 압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 사이에 공수처가 기대에 미흡했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고, 그 책임이 처장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여운국 차장은 인수위에 "이런저런 내용을 보고하고 전달하겠다. 처장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지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장은 법적으로 3년 임기가 보장돼있는데 거취 여론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관이고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6일 김진욱 처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초대 처장으로서 우리 공수처가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제 소임을 다하면서 여러분과 함께할 생각"이라며 사퇴설을 일축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공수처 출범과 동시에 취임한 김 처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1월까지다.

또다른 변호사는 "공수처는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고, 고위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한다"며 "그런 기관의 수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취 표명 여론을 언급한 것은 문제"라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발끈했다. 조오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공연하게 밝혀왔던 '검찰공화국'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며 "윤 당선인은 검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되돌려주겠다는 일념으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공수처마저 무력화하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인수위는 아니지만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 결단을 촉구했던 적이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주변에서 권력기관장 거취 언급이 자꾸 나오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관 특성상 공수처와 인수위가 간담회를 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업무보고든, 간담회든 뭐라 명명하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공수처가 만남의 자리를 가지는 것은 공수처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윤석열 당선인은 공수처에 최소 5건 이상의 사건에 연루되어 입건된 상태로 수사기관과 피의자를 보좌하는 기구가 만나는 것도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김진욱 처장의 거취를 언급했다. 사퇴를 압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선화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김진욱 처장의 거취를 언급했다. 사퇴를 압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선화 기자

이날 간담회에서는 공수처법 24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고위공직자 사건에 우선 수사권한을 가지는 공수처법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공수처법 24조에 따르면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공수처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 또 공수처장의 이첩 요구에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의원은 "공수처법 24조 1항에 처장의 사건이첩 요청권은 자의적 행사가 우려되고 2항의 공수처 통보 및 수사 개시 여부 조항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통보기한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여운국 차장은 "지난 1년 2개월 공수처가 국민 기대에 미흡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깊이 성찰하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견제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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