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라돈 침대 사건 불기소한 검찰, 수사기록 공개해야"
입력: 2022.03.25 15:42 / 수정: 2022.03.25 17:53

"개인정보 가리면 직무수행 곤란할 이유 없다"

법원이 폐암 유발 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제작·판매한 업체 관계자 등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에게 수사기록을 관련 민사재판에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2018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선화 기자
법원이 폐암 유발 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제작·판매한 업체 관계자 등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에게 수사기록을 관련 민사재판에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2018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폐암 유발 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제작·판매한 업체 관계자 등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에게 수사기록을 관련 민사재판에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당시 정상규 부장판사)는 라돈방출 물질인 모나자이트 분말을 도포한 매트리스 침대를 제작·판매한 B 업체 대표이사 등을 고소한 A 씨가 서울서부지검 검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8년경 문제의 매트리스 침대를 제작·판매한 B 업체 대표 등을 업무상과실치상 및 사기, 표시광고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라돈 방칠 물질이 도포된 침대를 제작·판매해 폐암과 갑상선암, 피부질환과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모자나이트 관리책임을 지고 있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 서부지검은 2020년 1월 "라돈이 폐암 유발 물질인 건 사실이나 갑상선암·피부질환과의 연관성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폐암 역시 라돈 흡입만으로 발생하는 특이질환이 아닌 만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라며 '증거 불충분에 따른 혐의 없음'을 이유로 고소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침대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행위에 대해서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인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한편 B 업체 침대를 구매한 소비자 1000여 명은 형사 고소가 이뤄진 무렵 B 업체 대표와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 씨는 지난해 3월 민사소송 이용을 이유로 서울서부지검에 △수사기록 △증거기록 △피의자 진술 일체에 대해 등사 신청을 했다. 서울서부지검은 같은 달 정보공개법,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상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고소장 일부를 제외한 서류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록 공개로 수사방법상 기밀이 누설돼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사유도 들었다.

이에 A 씨는 검찰이 등사 불허가처분의 근거로 들고 있는 사유는 적법한 비공개 사유가 아니라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정보 비공개의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인적 사항을 제외한 부분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며 "다수 소비자들에게 방사능 유출로 인한 대규모 집단 피해를 양산한 사건에서는 정보 공개의 공익과 필요성이 더 크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검 측은 "원고(A 씨)가 공개를 구하는 정보는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라 조사기법이 유출돼 업무 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며 "(A 씨가 공개를 구한 정보 가운데) 전문가 자문회의 회의록 등을 공개할 경우 외부 전문가의 자유로운 진술이 제한될 우려가 크다"라고 맞섰다.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과 다수 기업체의 영업 정보가 담겨 공개할 경우 사생활·재산정보 침해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공개를 구한 자료 가운데 업체의 판매현황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연구 보고서 등은 수사기관의 조사기법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자료라 볼 수 없다"라며 "수사기관 작성 보고서 역시 그 내용에 비춰 공개될 경우 직무 수행에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전문가 회의록에 대해서도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개인정보, 인적사항 및 발언 주체를 가리고 토론 내용만을 공개한다면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짚었다. 다만 관련 업체 정보라도 이 사건과 무관한 정보는 공개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고, 제3의 업체 관련 정보는 상호와 대표자 이름 외에는 비공개해야 한다고 제한했다.

A 씨와 서울서부지검 모두 법원 판단에 승복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ilrao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