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법 위반 성립하지만 형사처벌은 피할 수도
경찰이 외국인 의용병 부대에 입대하려고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한 이근(사진) 전 해군특수전전단 대위에 대한 여권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가운데, 형사처벌까지 가능할지 이목이 쏠린다. /이 전 대위 인스타그램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외국인 의용병 부대 입대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한 이근 전 해군특수전전단 대위 등 10여 명이 형사처벌을 받게될지 이목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여권법 위반 범죄가 확실히 성립하지만 이 전 대위 등의 '선의'가 참작돼 실제 처벌은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대 징역 1년' 이근이 어겼다는 여권법 조항은?
여권법 17조 1항은 '외교부 장관은 국외 위난상황으로 인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 체류하는 것을 중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해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 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국외 위난상황'은 전쟁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긴박한 상황이 포함된다.
다만 외교부 장관은 취재나 보도, 국가기관 및 국제기구의 공무활동 등을 목적으로 여행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여권 사용과 방문·체류를 허가한다. 이 같은 '예외'가 아니면 같은 법률 26조 3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처벌 규정은 2007년 샘물교회 선교사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무단 입국한 뒤 생긴 조치다. 이후 판례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여행금지구역임을 알고도 무단 입국했는지 △피고인의 여권에 출입국 확인 도장을 날인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방문 당시 피고인의 인식에 따라 유·무죄가 갈렸다.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11월 영업을 위해 시리아에 무단 입국한 한 대기업 영업사원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영업사원은 오랜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지역인 만큼 기회라 생각해 TV 영업을 하러 갔다며 국익에 기여한 행동이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4년에는 한 유조선 선원이 예멘 아덴 포트에 입항해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피고인이 2012년 4월 승선할 당시만 해도 예멘에서의 여권 사용제한 기간은 같은 해 6월까지였다. 예멘 항구에 입항한 12월에는 사용제한 기간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 있고, 설령 기간이 연장된 사실을 알았더라도 항해 도중 하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풀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가운데 한 주민이 폐허가 된 거리를 걷고 이다. /마리우폴=AP.뉴시스 |
◆이근 여권에 '도장' 찍혔다면 범죄…'세계평화 목적' 참작 가능성
이 전 대위는 취재나 공무활동 목적이 아니고, 외교부 장관의 허가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여권에 출입국 도장이 찍힌 사실만 확인된다면 여권법 위반 범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검사 출신으로 주몬트리올 총영사를 지낸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우선 이 전 대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입국했는지, 여권에 출입국 도장이 찍혔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단 입국한 사실이 확실하다면 여권법 위반죄도 명확히 적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위가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한 '목적'이 처벌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전쟁의 정당성을 고려해 수사기관이 기소유예 처분을 하거나 사법기관이 선고를 유예할 수도 있다. 러시아의 행위가 국제법상 불법 침략에 해당한다면 이를 감안해 선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헌법상 한국은 국제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대거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에 비전투 물품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점, 우크라이나에 이 전 대위 같은 국제 의용군이 50여 개국에서 2만 명이 모여있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할 때 실제 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위의 무단 입국을 놓고 여론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용기를 냈다는 긍정적 평가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라는 의심이 공존한다. 이 같은 논쟁이 법정에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태근 변호사(법률사무소 신록)는 "이 전 대위가 우크라이나를 도우려는 선의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면 정상 참작될 가능성이 있으나 선의에 따른 행동인지 관심 유발 등 의도로 한 경솔한 행동인지가 양형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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