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술 좀 먹었구나' 생각" 현장 경찰관 조서 제시
술에 취한 채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용구(사진) 전 법무부 차관의 사건 당시 상태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 /뉴시스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술에 취한 채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사건 당시 상태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만취한 정도는 아니라는 경찰관 진술 조서를 공개했고, 이 전 차관 측은 술을 같이 마셨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선물까지 잃어버릴 정도로 인지 능력이 미약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법상 운전자폭행 등 혐의 사건 두 번째 공판에서 피해자(택시 기사)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진술 조서를 제시했다.
제시된 진술 조서에 따르면 A 경찰관은 '승객(이 전 차관)이 술에 많이 취하기는 했으나 약간 비틀거릴 정도였고 현장에서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라고 진술했다. 함께 출동한 B 경찰관은 '얼굴이 빨간 상태로 '술을 좀 먹었구나' 생각했으며 만취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차관 측이 첫 공판에서 밝힌 '다량의 음주 뒤 만취한 상태라 자신이 어디에 있었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사물 구별 능력이 미약했다'는 설명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이 전 차관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택시 탑승 전 포도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등 다량의 음주를 했다. 택시를 호출한 것도 백 전 장관의 배우자셨고 요금도 그분이 내셨다"며 반박했다. 사건 당시 변호사였던 이 전 차관은 백 전 장관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것을 인연으로 그의 자택에서 술을 마셨다.
변호인은 "아파트 경비원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봐도 (이 전 차관은) 비틀거리며 걷고 기댈 곳 있으면 기대는 등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해 있었다"며 "백 전 장관에게 받은 마카롱 세트와 담배 선물까지 놓고 내린 상태였다"라고 항변했다. 이어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인식했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면 형법상 대원칙에 따라 심신 미약으로 형을 감경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은 '여기 내리시면 되냐'라고 묻는 택시기사에게 갑자기 욕설을 했다. 이에 기사가 '저한테 욕하시는 거냐'라고 항의하자 기사의 목을 조르며 욕설을 계속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9일 오후 1시 30분에 세 번째 공판을 열어 본격적인 증인신문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해당 공판에는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가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로 재직 중이던 2020년 11월 귀갓길에서 택시기사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합의금 1000만 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당초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혀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이 전 차관이 차관직에 임명된 뒤 언론 보도가 나오며 재수사가 이뤄졌고, 검찰은 지난해 9월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로 이 전 차관을 재판에 넘겼다. 단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지만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기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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