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검증 검·경에 맡긴다는 尹…수사기관 '권력 비대화' 우려
입력: 2022.03.18 05:00 / 수정: 2022.03.18 05:00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방침 따라…사찰·수사권 남용 배제 못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와 경찰에 넘길 계획이다. 청와대 권력 내려놓기라는 취지지만 검·경의 권력 남용과 비대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실이 정치적 목적으로 권력을 남용해왔다며 폐지 입장을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민정수석실이라는 이름으로 신상털기, 뒷조사 같은 권력남용의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불필요하고 권한 남용 여지가 많은 사정기능까지 대통령실이 한다는 것은 당선인 사전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실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한다.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각종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핵심 권력이다. 윤 당선인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해 사정과 정보조사 기능을 청와대에서 없애고 인사검증은 법무부와 경찰에 맡긴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FBI 모델에 따른 구상이다.

◆ "수사기관 정보수집 기능 부활 우려…수사 활용할 가능성도"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인의 민정수석실 폐지가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인사검증 권한을 부여받은 수사기관의 권력이 비대해질 가능성을 지적한다. 검·경이 수집한 검증 정보가 민간인 사찰이나 수사권 남용 논란으로 이어질 여지가 남는다.

특히 법무부에 인사검증권을 주면 결국 검찰이 업무를 담당하면서 검찰권의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이윤제 명지대 법과대학 교수는 "법무부에는 주요인사를 검증할 만한 기능이 없기 때문에 검찰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 오히려 검찰의 권한이 강력해진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최근 고발사주·판사사찰 논란에 따라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정보관리담당관실로 축소해 직접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 정보만 수집하도록 했다. 인사검증을 맡게 되면 사실상 수사에 필요한 6대 범죄 이외의 정보도 광범위하게 수집할 길이 열리게 된다.

검찰이 축적한 주요인사의 정보는 공직사회 통제에 이용되는 등 또다른 권력 집중을 부를 소지가 있다.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에 정보기능까지 더해지면 검찰권이 더욱 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구심은 더 커진다.

김필성 변호사(법무법인 가로수)는 "수사라는 방식으로 정보수집을 하지만 범죄 혐의가 있을 때만 한다. 결국 검찰이 국내 정보도 다룰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수사기관이 평상시에도 주요 인사나 공무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변 부회장을 지낸 김남근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비위 정보를 확보해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는 시대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며 "민정수석실을 없앤다지만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는 신호를 공직사회에 보낸다면 맹목적인 충성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접견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접견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정보경찰의 부활도 거론된다. 현재도 공직자 검증에는 경찰의 세평 정보가 활용된다. 경찰이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기능 폐지로 독보적 지위를 얻은데다 검증 권한까지 가지면 민간인 사찰과 인권침해 논란을 불렀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조현오·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정보경찰을 활용한 불법행위로 옥고를 치르고 있다. 이들을 구속시킨 인물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석열 당선인이었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정보경찰이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없도록 경찰개혁을 추진했는데 경찰이 인사검증을 담당하면 예전의 경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인사검증은 범죄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평판 조회도 필요한데 전형적인 정보경찰 활동과 연결돼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검증 기능 부여로 권력 남용의 주체가 민정수석실에서 검찰과 경찰로 옮겨갈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오창익 국장은 "수사기관에 검증 기능을 넘겨줄 것이 아니라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인 인사검증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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