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첫 대장동 재판…'윗선 개입' 한방은 없었다
입력: 2022.03.12 00:00 / 수정: 2022.03.12 00:00

공사 실무진 2명 출석…"환수조항 삭제 경위 기억 안나"

대장동 개발 의혹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대장동 개발 의혹'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전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대 대선 직후 처음으로 열린 '대장동 의혹' 재판에 핵심 실무자 2명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윗선 개입'을 밝힐 만한 뚜렷한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핵심 쟁점인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지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답이 나오지 못했다. 대장동 사업 설계와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보고 체계를 건너뛰고 '직보'를 받은 일에 대해서도 '공모지침서에 관한 사안인지 기억이 안 난다'는 모호한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1일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전 공판에는 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공사 개발사업 1팀 파트장이던 이모 씨가 지난 공판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업계획 수립 업무를 총괄한 이 씨는 사업협약서 검토 의견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경위를 밝힐 증인으로 꼽혔다.

이 씨는 지난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13조 6항'을 고 김문기 전 공사 개발 1처장 지시로 삭제한 걸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만 김 전 처장이 어떤 경위로 삭제를 지시하게 됐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김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해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에 많은 이익을 몰아줬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 씨는 이날 공판에서 이뤄진 정 변호사 측 반대신문에서 이 사건 피고인 가운데 한 명인 정민용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 와 사업협약서 수정 지시를 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수정하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 씨는 당시 공모지침서가 검찰 주장대로 민간 사업자에게 많은 이익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쓰였냐는 물음에 확답을 하지 못했다. 변호인이 '당시 만들어진 공모지침서 사업 배분 관련 조항이 민간 사업자에게 많은 이익을 수취할 기회를 부여하는 반면 공사의 추가 배당을 박탈하는 부당한 조건이라 보인다'라고 말하자, 이 씨는 "시정을 책임지시는 분이 판단할 사안이라 보인다"며 답을 피했다.

재판부가 '민간사업자에게 많은 이익을 주고 추가 이익 배당을 원천 봉쇄하는 부당한 조건이라 생각해본 적 있느냐'라고 거듭 물었지만 "생각해보거나 판단해볼 여유가 없었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 가운데 한 명인 김민걸 회계사는 유동규(사진) 당시 공사 기획본부장이 보고 체계를 건너뛰고 직보를 받은 일이 있었다면서도 공모지침서에 관한 사안인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 가운데 한 명인 김민걸 회계사는 유동규(사진) 당시 공사 기획본부장이 보고 체계를 건너뛰고 '직보'를 받은 일이 있었다면서도 '공모지침서에 관한 사안인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뉴시스

이날 오후 공판에는 공모지침서 작성에 관여한 김민걸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김 회계사는 사업 당시 공사 전략사업팀장을 지냈다. 그는 정 변호사가 공사 직급 체계상 상급자였던 자신을 건너뛰고 유 전 본부장에게 사업 관련 내용을 직보 하는 일이 있었다며 "정 변호사와 갈등이 있었다. 제가 불만을 표출했고 다른 직원들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당시 전략사업팀 내 파트장이었다.

이 같은 일을 여러 번 목격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김 회계사는 "같이 근무한 기간이 꽤 길어서 그런 일이 다수 있었다"면서도 "대장동 사업에 국한해 어떤 건에 대해 '거치지 않고 보고했다'라고 명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기억은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공모지침서에 대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비슷한 사례(보고 체계를 건너뛴 일)가 있었던 건 맞다. 어떤 건인지 기억이 안 난다"라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씨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651억 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 약 1176억 규모의 시행 이익을 몰아줘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법 배임) 등으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남 변호사와 김 씨,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의 배임에 가담한 혐의와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공사 전 전략사업실장이던 정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 전 본부장 등의 다음 재판은 14일에 열린다. 이날 마치치 못한 김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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