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33명 증인신문 직접 듣자"…검찰 "다 듣는데 2년"
입력: 2022.03.10 15:38 / 수정: 2022.03.10 15:38

재판부 "집중 못 하고 재판만 지연" 부작용 우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핵심 증인 33명의 녹음 파일을 직접 듣는 방식으로 공판 갱신 절차를 밟자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판 갱신에만 2년이 걸릴 거라며 "재판이 지루하게 늘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조승우·방윤섭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이날 준비기일에서 공판 갱신 절차와 관련해 "증인을 크게 핵심·주요·기타로 분류해 핵심 증인의 증인신문 내용을 직접 듣겠다"며 "핵심 증인이 검찰 조사와 달리 진술한 게 있어서 직접 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주요 증인은 증인신문 조서 가운데 주요 부분을 제시해 설명하고, 기타 증인은 내용 고지로 갈음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변호인단에서 추린 핵심 증인은 모두 33명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핵심 증인 33명의 녹음 파일을 직접 듣는다면 공판 갱신 절차가 너무 지루하게 늘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11명에 대한 녹취 파일을 듣는데 5개월이 걸렸다. 33명은 세 배 이상 기간이 필요할 텐데 공판 갱신만 2년을 해야 한다"라고 반발했다.

재판이 늘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건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실제로 나온 증인의 신문을 집중하며 듣는 것과, 그냥 목소리만 듣는 건 집중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잘못하면 집중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절차만 지연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이 (핵심 증인을 분류한) 명단을 넘겨주고 검찰은 이를 확인해 의견서를 내달라"라고 지휘했다. 비교적 충실한 공판 갱신 방식이 필요한 핵심 증인을 검찰 측에서도 추려달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저희가 최종적으로 결정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겠지만, 양쪽에서 원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이 돼야 원활한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며 "서로 불신하거나 대립 당사자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원만한 절차가 진행될 수 있게 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8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3년 넘게 1심이 진행 중인 임 전 차장의 재판은 지난해 12월 중단됐다. 임 전 차장이 지난해 8월 전임 재판장이었던 윤종섭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이 불공정하다며 기피신청을 내면서다. 임 전 차장은 윤 부장판사가 과거 '사법농단 연루자를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 등을 문제 삼아 두 차례 기피 신청을 냈다.

첫 번째 기피 신청은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고, 두 번째 기피 신청은 2월 법관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원이 바뀌자 임 전 차장이 취하했다.

중단 석 달만인 3일 새 재판부 심리로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으나 재판부 결정에 따라 비공개로 이뤄졌다. 헌법상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가 원칙이다. 형사소송법 266조의 7 4항은 "공개하면 절차 진행이 방해될 우려가 있는 때에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지만, 정식 공판도 아닌 준비기일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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