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조폭 잡는 '1급 강력통'…"국민안전 전문가 되겠다"
입력: 2022.03.07 05:00 / 수정: 2022.03.07 05:00

천기홍 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장 인터뷰

제3세대 조폭의 저승사자인 천기홍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장. 최근 대검찰청이 인증하는 강력 분야 1급 공인전문검사(블랙벨트)로 선정됐다./남용희 기자
제3세대 조폭의 '저승사자'인 천기홍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장. 최근 대검찰청이 인증하는 강력 분야 1급 공인전문검사(블랙벨트)로 선정됐다./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하는 조범석 검사(곽도원)는 실존했던 '강력통' 검사가 모델이다. 법질서를 유린하는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하는 강력부 칼잡이의 기개를 보여준다.

다만 영화 배경인 1980년대만 해도 검사가 권총을 차고 현장을 지휘하던 1~2세대 조폭의 시대다. 그들의 주무대는 주로 유흥가나 토건업계였다. 지금은 금융시장에 진출한 제3세대 조폭이 기승을 부린다.

제3세대 조폭의 '저승사자'인 천기홍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장. 최근 대검찰청이 인증하는 강력 분야 1급 공인전문검사(블랙벨트)로 선정됐다. 2013년 제도 시행 이래 선정된 7명의 블랙벨트 중 강력 분야는 천기홍 부장검사가 유일하다.

"3세대 조폭은 기업사냥꾼, 사채업자 등과 조직적으로 결탁해 무자본 상장 기업 M&A, 회사자금 횡령, 주식시세조종 등으로 금융시장을 교란하며 일확천금을 노립니다. 사채시장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던 조폭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 저축은행 등으로 양성화되면서 함께 들어간 거죠. 이들의 범죄는 사건 전모 파악에 길게는 1년까지 걸리지만 성공 확률은 보장할 수 없는 등 수사가 까다롭습니다."

천기홍 부장검사는 2009년 네번째 근무처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전입하면서 본격적인 강력범죄 전문 검사의 길을 걸었다./남용희 기자
천기홍 부장검사는 2009년 네번째 근무처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전입하면서 본격적인 강력범죄 전문 검사의 길을 걸었다./남용희 기자

천기홍 부장검사는 2009년 네번째 근무처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전입하면서 본격적인 강력범죄 전문 검사의 길을 걸었다. 당시 '모셨던' 강력부장들의 폭넓은 경험과 조언에 큰 영향을 받았다. 대부분 범죄가 중대해서 체포를 통해 피의자 구속에 이르는 등 수사과정이 고됐지만 정보수집부터 압수수색과 검거, 직관을 통한 실형 선고에 이르는 '0에서 100까지' 전 과정을 이끌어내는 보람도 컸다. 강력부 검사들 특유의 끈끈하고 인간적인 문화도 애착을 키웠다. 이같은 중앙지검 강력부 생활 3년은 이 분야 수사에 몸을 던져도 후회 없겠다는 확신을 얻는 시간이었다.

강력통 역사의 시작은 1990년 서울지검 강력부 신설로 본다. 초대 강력부장인 신재륜 전 고검장을 시작으로 현직에도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박재억 수원고검 차장검사 등 쟁쟁한 이름들이 많다. 강력통 계보를 잇는 천기홍 부장검사는 "블랙벨트를 받기는 했지만 저를 훨씬 능가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분들이 먼저 받고 저는 나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천 부장검사는 이력을 빛내기 위해 블랙벨트에 도전한 것은 아니다. 형사사법제도 개편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 범위에서 마약·조직범죄 분야가 크게 축소됐다. 이 분야 전문 검사들과 300명에 이르는 마약전문수사관들의 사기 저하가 상당하다. 특히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의 마약류 범죄 처분 건수는 236건으로 2020년 880건에 견줘 73.2%가 감소했다. 경찰이 이를 당장 감당할 여건도 되지 않아 '수사 공백'이 우려된다. 일반범죄와 달리 신속성과 현장성이 생명인 중대 조직범죄 수사는 분산보다는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직폭력·마약범죄는 수사 초기에 검찰 직접 수사개시 범위에 속하는지 확인이 쉽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있어 수사에 애로가 커졌다. 천 부장검사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규정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에 ‘중대하고 조직적인 조직폭력·마약류 범죄’를 포함하거나, 한시적으로 검찰 마약수사관에게 사법경찰관리 권한을 부여해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이외 조직적인 마약류 유통범죄 수사 개시권을 인정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 부장검사는 ‘마약·조직범죄수사청‘ 등 독립수사기구 설립도 제안했다./남용희 기자
천 부장검사는 ‘마약·조직범죄수사청‘ 등 독립수사기구 설립도 제안했다./남용희 기자

다만 직접수사권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있다. 이에 천 부장검사는 ‘마약·조직범죄수사청‘ 등 독립수사기구 설립도 제안했다. 조직폭력·마약·테러 등 중대범죄 수사로 특화된 호주범죄정보위원회(ACIC)가 한 예다. 검찰은 천 부장검사가 대검 마약과장을 지냈던 2018년 진행한 다크웹 마약전문 판매 사이트 수사 등에서 보여지듯 마약류 밀수조직 수사에 전문성을 쌓아왔다.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아시아태평양지역마약정보조정센터(APICC) 등과 초국가적 네트워크도 운영한다. 이같이 특화된 검찰의 전문 수사역량을 사장시키기보다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해 적극 활용해야한다는 게 천 부장검사의 생각이다.

강력범죄 수사 한우물을 판 지 어느덧 13년을 맞은 천 부장검사. 평검사에서 대검 조직범죄과장·마약과장, 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을 거치면서 더욱 큰 책임감도 느낀다.

"강력범죄는 국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영역이죠. 국민 보호와 안전을 위한 전문가로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조직범죄도 3세대를 넘어 차세대가 나올 것입니다. 마약류도 동남아 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유입될 수 있습니다. 초국가적 조직범죄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 바람직한 마약·조직범죄 시스템 개편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범죄는 진화합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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