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재판 석달 만에 재개…'양승태 벤치마킹' 가능성
입력: 2022.03.03 00:00 / 수정: 2022.03.03 00:00

이규진 재판서 인사모 와해 공모 인정 '악재'도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약 석 달 만에 재개된다. /남용희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약 석 달 만에 재개된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이 약 석 달 만에 재개된다. 장기화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처럼 공판 갱신 절차를 '원칙대로' 밟자고 주장할지 이목이 쏠린다.

이 재판은 재판장이었던 윤종섭 부장판사 공정성을 문제 삼아 임 전 차장이 기피신청을 내면서 석 달 동안 중단됐다. 재판이 중단된 동안 주요 혐의 가운데 하나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의혹의 일부 위법성이 다른 사건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이같은 변수를 맞은 임 전 차장 측이 자신의 재판에서 판세를 뒤집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쓸지도 주목된다.

◆'7개월 공판 갱신' 양승태 전례 따를까…"증거 모두 낭독" 요구하기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조승우·방윤석 부장판사)는 3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법관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원이 모두 교체된 뒤 처음 열리는 재판이다. 재판부 구성원이 모두 바뀌자 임 전 차장은 기피 신청을 취하했다.

형사소송법은 재판부 구성원이 바뀌었을 때 이전 공판 내용을 다시 심리하도록 한다. 다만 하위 법률인 형사소송규칙은 검사와 피고인 등 소송 당사자가 동의한다면 증거기록을 제시하고 내용을 고지하는 '간이 절차' 방식으로 갱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법관 정기 인사로 재판부 구성원이 바뀌자 증인신문 녹음 파일을 직접 청취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은 7개월 동안 공판 갱신 절차를 밟게 됐다. 임 전 차장 측 양 전 대법원장 재판 사례를 들어 비슷한 주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임 전 차장 측 역시 증거조사와 관련해 원칙을 고수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공판에서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서증조사에 앞서 "증거서류 요지 고지가 원칙이고 낭독이 예외였던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건 증거서류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반성하고 개선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서류 모두 반드시 낭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 역시 "소송경제와 심리 효율성에만 방점을 두고 구 형사소송법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건 위법의 소지가 분명하다"라고 직접 나섰다.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자 관련 증거를 모두 부동의하기도 했다.

재판부 구성원이 모두 교체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처럼 정식 공판 갱신 절차를 요청할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대법원. /남용희 기자
재판부 구성원이 모두 교체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처럼 '정식' 공판 갱신 절차를 요청할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대법원. /남용희 기자

◆무죄 주장 근거였던 '중복가입 금지' 조항, 관련 사건서 배척

기피 신청으로 재판이 중단되기 전까지 임 전 차장 재판의 쟁점은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의혹이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 연구모임 인사모를 중복가입 해소 조치 등을 통해 와해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중복가입 해소란 다수의 연구모임에 가입한 판사가 최초로 가입한 모임을 제외하고 모두 탈퇴하도록 한 조치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인사모는 회원이 대거 탈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임 전 차장 측은 2개 이상의 연구모임 가입을 금지한 '전문분야연구회지원예규'에 의거한 합법적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의 재판에서 이 같은 주장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배척됐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이 중단된 동안 이들의 2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 부장판사)는 해당 조항을 놓고 "법관들의 학술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2000년 8월 예규가 제정돼 시행된 이래로 중복 가입한 법관의 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예산 부족 문제가 있었음에도 법원행정처에서는 이 조항을 근거로 직권 탈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회에서 예산을 증액받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에서도 자체적으로 형해화된 조항이라 인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기조실장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임 전 차장의 공모 사실도 인정했다. 형사13부는 "중복가입 해소 조치의 실질적인 목적은 인사모에 대한 제재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는 본래 법령이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직권(직무 권한)을 부여한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이러한 임 전 차장의 직권 행사는 남용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했다.

임 전 차장 측의 주요 변론 사항 중 하나였던 중복가입 금지 조항이 관련 사건에서 힘을 쓰지 못한 만큼, 새 재판부 심리로 열리는 재판에서 해당 판결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등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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