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계좌 1→5개+이사 재직…도이치 의혹 공방 가열
입력: 2022.02.27 00:00 / 수정: 2022.02.27 09:08

윤 후보 측 "주가조작과 무관" 반박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깊게 연루된 정황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깊게 연루된 정황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대선 막바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가 의심되는 추가 정황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 개의 계좌만 '선수'에게 맡겼다는 윤 후보 측 해명과 달리 김씨 명의 계좌는 여러 개였고 회사 이사로 재직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윤 후보 측은 주가조작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기록에 등장한 김씨의 계좌는 1개가 아닌 5개다. 국회에 제출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검찰은 김씨의 계좌 5개가 2010년 1월부터 통정매매와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도이치 주가조작에 총 157개 계좌가 동원됐다고 본다. 계좌주는 모두 91명이다. 당초 윤 후보 측은 김씨의 신한증권 계좌 하나를 주가조작 '선수' 이정필 씨에게 맡겼고, 4000만원 손해를 보고 4개월 만에 손을 뗐따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김씨의 신한증권 계좌 거래내역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윤 후보 측이 공개한 신한증권 계좌 내역과 공소장 범죄일람표를 비교하면 김씨는 '도○○'으로 익명화된 것으로 보인다. 계좌 거래내역에서 김씨는 2010년 1월 12일에 2460원에 1000주를 매수했고, 공소장의 '도○○'도 같은 날, 같은 시각 단가 2460원에 1000주를 매수했다. 이어 2465원에 5605주를 매수했으며 '도○○' 역시 같은 시간 2465원에 5605주를 매수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거래는 '바○○ 군(群)' 혐의로 분류되는데 선수 이씨가 직접 운용한 계좌라는 뜻이다. 이씨는 김씨의 계좌를 이용해 67만5천주, 17억3천만원 정도를 매수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공소장에는 '도○○'의 계좌 두 개가 또 등장한다. '아○○ 군'으로 분류된 이 계좌들은 또 다른 주가조작 선수 A씨가 관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A씨는 2010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두 개의 계좌를 이용했다.

'도○○'이 직접 운영한 계좌 두 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계좌들은 '가○○ 매수유도 군'으로 분류되는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권유로 직접 거래했다는 뜻이다. 이 중 한 계좌는 2011년 3월부터 8월까지 1억5천만원 정도를 매수했고, 또 다른 계좌로는 2011년 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3억3천만원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돼있다. 이로써 검찰이 파악한 김씨의 계좌는 총 5개다. 당초 공개했던 계좌보다 4개가 더 나온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깊게 연루된 정황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깊게 연루된 정황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뉴시스

범죄일람표에서 가장·통정매매로 보이는 주가조작 의심 거래에서 김씨 명의 계좌는 106번 등장한다. 고가매수·물량소진·허수매수·시종가관여로 추정되는 거래는 178번이다.

이같은 검찰의 수사 내용은 윤 후보의 기존 입장과는 다르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윤 후보는 "저희 집사람은 오히려 손해만 보고 나왔다. 거래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윤 후보 캠프 법률팀은 김씨의 신한증권 계좌 내역 일부(2009년 12월~2010년 5월)를 공개하면서 "불과 4개월간 주식거래를 일임했다가 손실을 본 것이 전부인데 구체적 근거도 없이 주가조작 '공범' 운운하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0년 5월 20일 도이치 주식 모두를 김씨의 다른 명의 계좌에 옮겼고 선수 이씨와도 관계를 끊었다고도 주장했지만, 추가 계좌와 거래내역이 공소장을 통해 추가로 공개된 것이다.

◆ 공소장 오류 반박에 검찰 "문제없어"

파장이 이어지면서 윤 후보 측은 공소장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범죄일람표에 아주 결정적인 오류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한 기사는 모두 오보"라며 "수사팀이 오류를 알면서도 그대로 둔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 측은 공소장 속 '아○○ 군'으로 분류된 미래에셋대우 계좌는 A씨에게 맡긴 것이 아니라 김씨가 직접 전화주문을 통해 주식을 매매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개인적으로 한 정상거래인데 주가조작에 이용된 것으로 검찰이 잘못 파악했다는 것이다. 반면 도이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7시간 만에 "범죄일람표 중 주식거래 방식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김씨의 의혹이 계속해서 드러나자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기존 입장과 다른 해명을 내놨다. /국회사진취재단
윤 후보는 김씨의 의혹이 계속해서 드러나자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기존 입장과 다른 해명을 내놨다. /국회사진취재단

윤 후보 측은 김씨의 대표거래가 전화로 이뤄졌기 때문에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주가조작 선수가 증권사에 전화주문을 하는 경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주장은 윤 후보의 예전 발언을 뒤집는다.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윤 후보는 도이치 사건 질문에 "(선수 이씨가) 증권회사 직원에게 전화해서 매매거래를 할 수 있는 오더를 내릴 권한만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손해만 봤기때문에 혐의가 없다는 주장도 반박이 따른다. 주식 관련 사건에 밝은 A 변호사는 "개인의 손해, 이익 여부와는 상관없다. 주가조작 행위에 가담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단순 투자자'라는 김씨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계좌 거래내역을 공개하면 해결될 일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윤 후보는 김씨의 의혹이 계속해서 드러나자 지난 21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기존 입장과 다른 해명을 내놨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10년 5월 이후 추가 주식거래가 있었는지' 묻자 "당연히 제 처가 했다. 손해를 본 것도 있고, 번 것도 있고 하니깐 정확히 순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김씨가 2011년쯤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 직함을 가졌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때문에 단순 투자자가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윤 후보 측은 "무보수 비상근직이며 주가조작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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