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불기소' 권고 반년 무소식…적폐수사 논란에 다시 눈길
입력: 2022.02.14 05:00 / 수정: 2022.02.14 05:00

만장일치 수사중단 권고 뒤 결정 미뤄…"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듯"

대전지검 형사4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장관을 배임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계속 수사 중이다. /이새롬 기자
대전지검 형사4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장관을 배임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계속 수사 중이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수사중단 권고 반년이 되도록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배임 사건의 결론을 내지않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탈원전 드라이브와 '적폐수사' 발언 후 그 배경에 더 관심이 쏠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4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백 전 장관을 배임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계속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혐의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팀은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검 지휘부와 의견이 달랐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같은해 8월 위원 15명 중 9대6 의견으로 불기소, 만장일치로 수사중단을 의결했다.

수사팀은 권고 이후에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심의위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받아들이지 않거나 수용 여부 결정이 장기화된 사례도 있다.

다만 이번 수사중단은 위원 만장일치로 의결된데다 백운규 전 장관을 지난해 1월 첫 소환한 이래 5개월간 수사해 할만큼 했다는 평가도 적지않아 반년 동안 사건을 쥐고있는 배경에 의문이 쏠린다. 수사팀은 기소 강행 방침을 굳혔지만 김오수 총장이 직권 소집한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부정하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껴 대선 전까지 뜸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수사팀은 기소 의견을 굽히지 않고있다. 김오수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심의위 의결 취지를 존중하자고 대전지검에 수사지휘를 했다. 노정환 대전지검장도 동의했으며 나머지는 수사상황이라 말을 못 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 지검장은 국감에서 '백 전 장관을 배임교사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고하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진행 중인 백운규 장관의 직권남용 사건 재판에서도 "수심위 권고를 존중하지만, 백운규 피고인의 직권 남용과 배임 혐의가 여전히 인정된다"고 기소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청와대와 산업부, 한수원 등의 고위직이 조직적으로 권력을 남용한 범죄"라고 규정하는 등 종착점은 청와대라는 점도 강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적폐수사 예고 발언과 맞물려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관련 수사 중 하나로 월성원전 사건을 매번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적폐수사' 예고 발언과 맞물려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 관련 수사 중 하나로 월성원전 사건을 매번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적폐수사' 예고 발언은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탈원전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월성원전 사건을 자주 강조해왔다. 이 수사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감사원 감사를 지휘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전략공천이 결정됐다.

윤 후보는 정치 참여 계기로도 월성원전 사건을 꼽아왔다. 지난해 7월에는 "월성 원전 사건이 고발돼 대전지검에 전면 압수수색을 지휘하자마자 감찰과 징계 등 사건 처리에 압력이 들어왔다"며 "정치에 참여한 계기가 역시 월성 원전 사건, 정부의 탈원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선후보가 된 지금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을 연일 이어나가자 수사를 놓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윤 후보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적폐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돼야죠"라고 답했다. "대통령은 관여 안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실상 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성 수사' 논란을 부르는 발언이다. 또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배임교사 혐의를 백운규 전 장관·채희봉 전 비서관의 '윗선'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연결고리로 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의 배임교사 논리는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한국수력원자력에 1481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자발적 조기폐쇄로 꾸며 손실보상을 해야할 정부가 이익을 얻었다는 게 뼈대다. 백 전 장관이 배임교사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 정부 최고책임자에 대한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 결론을 못 내리는 게 아니라 안 내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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