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수술 중 환자의 뇌를 손상시켜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의사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의사는 수술 중 환자에게 화상을 입힌 혐의 등으로 유죄를 확정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이동희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의료법 위반죄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의사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A 씨는 2019년 2월 피해자에게 척추 마취를 한 뒤 허리 수술을 하던 중, 피해자가 경련을 일으키며 심 정지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심폐소생술과 전원(환자가 치료받던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김) 조처하지 않아 뇌손상에 따른 의식불명이라는 영구적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과실치상)를 받았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마취과 전문의 없이 혼자 수술을 집도했다. 피해자는 수술 시작 1시간 뒤부터 손가락에 경련이 일어나고 의식이 희미해졌지만 A 씨는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련과 함께 환자의 호흡이 정지되자 A 씨는 기도삽관을 하고 내과 과장을 호출했다. 5분 뒤 내과 과장이 도착할 때까지 A 씨는 심폐소생술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지적이다.
이밖에 A 씨는 수술 중 5분마다 피해자의 혈압과 산소포화도 등을 모두 18회 확인한 것처럼 마취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의료법 위반)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도 주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피해자가 뇌손상에 이르게 했다"며 "수술을 주관하는 의사가 마취까지 주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위험성이 큰데도 피고인은 수술과 마취를 혼자 진행했고, '이상 징후'를 보고받고도 피해자 상태를 살피지 않고 수술을 계속 진행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과 과장이 수술실에 도착했을 당시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였고 기도삽관만 돼 있을 뿐 산소가 공급되지도 않는데도 피고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라고 질타했다. 피해자는 내과 과장의 심장마사지 조처 등으로 약 10분 뒤 호흡이 돌아왔으나 허혈성 뇌손상(뇌가 충분히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발생하는 뇌손상)에 따른 의식불명이라는 영구적 상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법 위반죄도 "피고인이 계속해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했다는 내용의 마취기록지는 피고인이 사건 뒤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A 씨 혼자 마취를 하고 수술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5분마다 피해자의 상태를 보고받고 기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다.
A 씨는 체온 유지용이 아닌 일반 생리식염수백을 수술 중 환자 몸 위에 올려놔 3도 화상을 입힌 혐의 등으로 2020년 2월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당시 A 씨의 2심을 맡았던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업무상 과실치사 등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의사로서 주의 의무를 현저히 저버려 다시 한번 죄를 범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집행유예 기간 중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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