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관리군만 의료기관 모니터링…횟수 줄인 지 4일 만에 다시 수정
정부가 확진자 규모 예상치를 열흘 여 만에 3만 명에서 17만 명으로 수정하는 동시에 '셀프 재택치료'를 도입하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월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정부가 확진자 규모 예상치를 열흘 여 만에 3만 명에서 17만 명으로 수정하는 동시에 '셀프 재택치료'를 도입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 예측에 실패해 정책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양새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재택치료로 배정된 인원 중 집중관리군만 의료기관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나머지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체계를 시행했다.
집중관리군은 60세 이상 또는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인 50세 이상 고위험군·기저질환자다.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관리하다가 필요하면 비대면 진료 또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확진자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커지면서 재택치료 관리 가능 범위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기존 체계에서는 한계치가 15만 명 수준이었는데 전날 오전 0시 기준 재택치료 환자수는 14만6445명까지 늘었다.
아울러 역학조사도 확진자에게 직접 맡기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전에는 보건소에서 동선과 접촉자 등을 조사했으나 앞으로는 확진자가 직접 기입해야 한다. 확진자 규모가 역학조사 역량을 초과했기 때문에 취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정책 수정은 모니터링 횟수를 줄여 관리가능한 환자수를 늘리는 조치를 취한 지 나흘 만에 다시 이뤄졌다. 정부는 이달 3일 60세 이상 고위험군의 모니터링 횟수는 하루 3번에서 2번으로, 60세 미만은 2번에서 1번으로 줄이는 등 조치를 시행해 관리가능 범위를 11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늘렸다.
3일 강남구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상황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셈이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확진자 규모 예측에 실패한 것도 사실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질병청과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의 코로나19 발생 예측 결과에 따르면 높은 전파력을 보이는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2월 말쯤에는 국내 확진자가 13만 명에서 17만 명 수준까지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는 확산 속도가 2~3배 빠르기 때문에 확진자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2만~3만 명 또는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 만에 예상치가 5배 이상 커진 것이다.
이미 당시에도 의료계에서는 정부보다 훨씬 큰 규모의 예상치를 내놓았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월 말~3월 초 9만 명까지 나올 수 있고, 3월에 2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번 방향 수정은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0.16%로 델타 변이의 1/5 수준이고, 중증화율도 1/3 수준으로 분석된다.
손 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초기 확진자들을 중심으로 관찰한 결과 중증 환자는 대략 0.4% 내외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며 "확진자가 하루 10만 명 정도씩 20일 이상 발생해도 현재의 의료체계 여력으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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