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이민걸·이규진 2심도 유죄…형량은 감경
입력: 2022.01.27 15:59 / 수정: 2022.01.27 15:59

"일반 법관·국민의 사법 불신 초래" 질타

사법농단 사태 연루자인 이규진(사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덕인 기자
'사법농단' 사태 연루자인 이규진(사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농단' 사태 연루자인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며 형량은 감경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최수환·최성보·정현미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이 전 위원, 이 전 기조실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2심 선고 공판에서 이 전 위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 전 기조실장에게 벌금 1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크게 △양승태 대법원 당시 법원행정처 입장을 일선 재판부에 전달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혐의 △중복가입 해소 조치를 통한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를 시도한 혐의를 받았다. 이 전 위원은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한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사법행정 사무 처리자로서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행위를 해서는 안되고, 이와 관련한 지시·요청을 해서는 안됨에도 직무권한을 남용해 실질적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로 일반 법관은 물론 국민의 사법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불법성이 가볍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중복가입 해소 조치를 통한 인사모 와해 혐의에 대해서도 "전문분야연구회 가입·활동은 법관의 학술·결사의 자율권 행사일 뿐만 아니라 법관의 재판 업무향상으로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피고인들의 중복가입 해소 조치로 100여 명의 법관이 스스로 탈퇴하게 됨으로써 법관의 학술·결사의 자유가 중대하게 침해됐다"라고 질타했다.

이 전 위원의 헌재 내부 정보 수집 혐의에 대해서도 "장기간 파견 법관을 통해 방대한 양의 헌재 비공개 자료를 전달받았다. 피고인의 지시로 파견 법관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관성화되는 경향까지 이르렀다"라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옛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개입 혐의 등 일부는 무죄로 뒤집었다. 1심 판결을 관통하는 법리였던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의 지적 권한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이 전 위원 등의 1심을 맡은 재판부는 대법원·법원행정처가 판사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할 권한은 있지만 그 이상 개입할 경우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헌법과 법원조직법 등을 모두 살펴봐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의 지적 권한을 인정한 명문 규정이 없다"라며 "법관은 다른 재판의 법관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사법부 내외부 영향도 받지 않은 채 독립해 심판해야 한다. 지적권한의 인정은 사법부 독립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인정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박병대 전 대법관·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당시 대법원·법원행정처 수뇌부의 공모관계는 일부 인정되지 않았다.

사법농단 사태 연루자인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뉴시스
'사법농단' 사태 연루자인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뉴시스

이 전 위원은 2015년 7월~2017년 4월 헌재 주요 사건 평의 결과 등 비공개 정보를 수집하고 한정위헌 취지 사건·매립지 귀속 사건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실장은 2016년 10~11월 옛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재판부 심증을 파악해 국회의원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들은 2014년 12월~2016년 3월 통진당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 3월 1심 재판부는 이 전 위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 전 실장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사법농단 연루자에게 유죄 판결이 선고된 건 이 사건이 유일하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현 원로 법관)과 방창현 수원지법 부장판사도 이날 선고 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심 전법원장은 통진당 의원의 행정소송 항소심 사건의 재판부 배당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요구를 받고 자신이 담당한 통진당 의원들 사건 판결 관련 내용을 누설한 혐의를 받았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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