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개공 실무자 증언…"공고 뒤 뒤늦게 지적한 측면도"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실무자가 민간 사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방안 마련을 건의했다가 유동규(사진)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총 맞은 듯' 질책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실무자가 민간 사업자의 초과이익 환수 방안 마련을 건의했다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총 맞은 듯' 질책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다만 이미 공모지침서가 공고된 뒤 다른 의견을 제시해 질책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24일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 5명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 6급 직원으로 근무한 A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 씨에 따르면 당시 개발사업1팀 차장 B 씨는 전력사업팀 소속 정민용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지침서 내용에 대해 지적했다가 유 전 본부장에게 질책을 받았다. B 씨가 문제 삼은 건 △임대주택부지 수익상환 관련 내용 △초과 수익에 대한 배분 방법이 없는 점이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이러한 의견을 무시하고 민간 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 결과 화천대유 측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A 씨는 "저희 팀에 두 사람밖에 없어서 B 씨의 기분이 많이 다운돼 있다는 상황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냐 물으니 그렇게(유 전 본부장에게 질책을 받았다고) 언급하셨다"라고 증언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책을 받았냐는 물음에 확답을 망설이던 A 씨는 "워딩 그대로 이야기하기가 그런데 많이, 많이 혼났다고 들었다. '(유 전 본부장에게) 총 맞았다'는 표현을 쓰셨다"라고 답했다. A 씨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B 씨에게 '어떤 업자랑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이런 의견을 내느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질책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 상당 부분이 A 씨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A 씨 역시 "(공모지침서에) 반하는 의견을 냈다고 질책받았다는 내용을 B 씨에게 직접 들었느냐, 아니면 추측이냐"는 물음에 "추측이다. B 씨와 (구체적인 질책 내용에 관해) 얘기한 기억은 없다"라고 답했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B 씨의 건의와 유 전 본부장의 질책 시점을 공모지침서 공고 전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이날 공판에서는 공고 뒤에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진술 내용을 정정했다. 유 전 본부장으로서는 공모지침서가 공고된 직후 건의를 받아 불쾌했을 수 있었다는 증언도 덧붙였다. A 씨는 "제 추측이지만 다 결정돼 공고가 나갔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니 (유 전 본부장이)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기자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651억 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 약 1176억 규모의 시행 이익을 몰아줘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법 배임) 등으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남 변호사와 김 전 기자,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의 배임에 가담한 혐의와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공사 전 전략사업실장이던 정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특정경제 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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