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서 경찰 목소리 들려 우발적 살인" 주장
전 여자친구를 스토한 끝에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끝에 흉기로 살해한 김병찬 측이 첫 재판에서 계획적 살인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왜 흉기를 미리 샀느냐는 재판부의 물음에는 "대화가 안되면 위협하려 했다"라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래니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살해를 계획하지는 않았다"며 "(피해자가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에서 경찰 목소리가 들리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의 이별 통보에 보복 목적을 가지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 씨에게 "(살인을) 계획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왜 모자와 식칼을 구입했느냐"라고 물었다. 김 씨는 "눌린 머리를 가리고 경찰에게 (얼굴이)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모자를 샀다. (흉기는)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될까 봐 샀다"라고 대답했다. 대화가 안되면 어떻게 하려고 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살해하려는 건 아니었고 위협 용도로 샀다.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제가 들어갈 수 없으니 위협해 들어가려 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피해자를 흉기로 열네 차례 공격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4차례 공격했는데 살해할 생각이 있던 것 아니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며 부인했다.
이날 김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성격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며 정신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법정에 나온 피해자의 동생은 "변호인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검사가 (공소사실을) 말할 때도 고개를 젓고 있는 게 무슨 반성이냐"며 "(살해를) 계획한 게 아니라는데 이미 흉기를 들고 간 자체가 상식적으로 위협하려는 것 아니냐. 대화를 하려면 누가 칼을 들고 가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 씨가) 칼을 들고 가지 않았다면 언니가 세상에서 사라질 이유도 없었다"며 흐느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11시 30분경 서울 중구의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 A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생전 김 씨의 스토킹에 시달렸다. 경찰에 다섯 차례 신고하고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다. 경찰의 신청에 따라 법원은 김 씨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 △정보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스토킹 중단 경고 등 잠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잠정조치 통보를 받은 김 씨는 자신이 살던 부산으로 돌아갔다가 서울로 돌아온 다음날 A 씨를 찾아가 살해했다. 도주한 김 씨는 범행 다음날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을 시인하고 범행이 잔혹한 점을 고려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상을 공개했다.
김 씨의 다음 재판은 3월 16일 오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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