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 수집을 승인한 혐의를 받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더팩트 DB |
서천호 전 2차장은 집행유예…배후는 끝내 못 밝혀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뒷조사를 승인한 혐의를 받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사건 발생 9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개인정보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역시 개인정보보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위증죄로 기소된 송모 국정원 직원은 벌금 500만원, 위증죄로 기소된 조오영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은 무죄가 확정됐다.
남재준 전 원장은 2013년 6월 채동욱 전 총장이 서울 모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혼외자가 언론에 노출될까봐 고심 중이라는 첩보를 듣고 서천호 전 2차장에게 진위 확인 지시를 승인한 뒤 보고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국정원의 불법 정보수집은 채 전 총장이 지휘하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했다.
1,2심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이 첩보 검증을 승인했다는 의심이 들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남 전 원장과 서 전 2차장의 진술이 대체로 일치하는 점이 작용했다. 서 전 2차장이 첩보를 보고했지만 남 전 원장은 "남자 허리 아래 문제를 들춰서 입에 담는 게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검증 중단 지시를 명시적으로 하지않은 것은 인정했으나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이 뒷조사를 승인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조오영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은 조이제 전 서초구 국장에게 혼외자의 가족관계등록부 기록사항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뒤집어 위증죄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자신의 기억에 반해 진술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앞서 남 전 원장과 서 전 2차장은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각각 징역 3년6개월,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된 바 있다. 남 전 원장은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도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되기도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 국정원 직원과 조오영 전 행정관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 조이제 전 서초구 행정지원국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정원 서초구 지역 정보관으로서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통해 모 초등학교 교장에게서 혼외자 개인정보를 수집한 송씨는 1심에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검증해 검찰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모종의 음모에 따라 국정원 상부 내지는 배후세력 등의 지시에 따라 저질러졌을 것임이 능히 짐작된다"며 "그 세력은 아무런 처벌을 하지않은 채 책임을 송씨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형사법 원칙인 책임주의에 반하고 처벌의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감형 배경을 밝혔다.
조오영 전 행정관을 놓고는 "수사 과정에서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부탁한 배후자를 숨기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수사상 혼란을 초래했고 공판에서도 배후자를 여전히 묵비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채동욱 혼외자 의혹 사건'은 정보 유출 과정만 드러나고 채 전 총장을 낙마시킨 혼외자 의혹 폭로 과정이나 배후는 밝히지 못한 채 일단락됐다. 채 전 총장은 2013년 4월 취임해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중 이같은 의혹이 제기돼 같은 해 9월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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