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특정 안된 성희롱 비위…법원 "부당한 징계"
입력: 2022.01.14 07:00 / 수정: 2022.01.14 07:00
피해자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채 이뤄진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피해자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채 이뤄진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피해자 증인신문 기회 박탈은 방어권 침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피해자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채 이뤄진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성희롱 등을 이유로 해임 처분을 받은 검찰 공무원 A 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검찰주사보 A 씨는 2019년 5월 △성희롱 등 품위유지 의무 위반(13개) △우월적 지위·권한을 남용한 부당 행위 등 품위유지 의무 위반(19개) △공용물의 사적 사용 등 품위유지 의무 위반(1개) 등을 이유로 검찰총장에게 해임 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처분에 불복해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제기했으나 기각당했다. 이후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으나 1심 역시 징계 사유가 사실로 인정되고 징계 양정도 적절하다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징계·소송 과정에서 A 씨 행위의 피해자·목격자 16명 이상이 모두 비실명 처리돼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A 씨 측 역시 재판 과정에서 "피고는 익명의 피해자 진술에 기초해 원고에 대한 편향적 감찰 조사를 하는 등 원고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며 "처분 근거가 된 징계 사유 역시 신원이 불분명한 피해자들의 과장되거나 왜곡된 진술로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전언"이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에 비춰 볼 때 직장 동료인 피해자 등의 인적사항을 전혀 특정하지 않아 원고로부터 불리한 진술을 한 피해자를 증인신문할 기회를 박탈했다"며 "이 사건 처분에 관련된 감찰조사 절차와 소청 심사 절차, 소송 절차에서의 피고의 행위는 원고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징계 사유가 확실한 고도의 증명으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녹화진술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해자 등은 모두 원고와 같은 검찰청에서 근무했던 성년의 공무원"이라며 "상대적으로 훨씬 두터운 보호를 받아야 할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박탈하는 것도 헌법적 차원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헌재 판단에 비춰, 피해자 등이 특정되지 않아 증인신문을 할 수 없는 이상 원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된 상태에서 정확한 사실조사와 적절한 징계 처분이 이뤄졌는지 구체적으로 심리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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