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식 재판 시작…피고인들 "실체적 진실 밝히겠다"[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의 재판이 본격화된 가운데 개발 이익 700억 원을 약속받은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이 "700억은 농담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의 첫 공판을 열었다. 가장 늦게 기소된 정민용 변호사 사건도 병합돼 함께 재판이 진행됐다.
준비기일과 달리 공판에는 피고인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구속 상태인 유 전 본부장·김 전 기자·남 변호사는 푸른 수의를 입고 방역용 페이스 실드를 찬 채 법정에 나왔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김 전 기자 등에게 약 3억 5200만 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그런 거액을 받은 적 없고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 없다"라고 부인했다. 업무상 배임 혐의를 놓고도 "성남시 이익을 우선했기 때문에 배임 의도가 없었고 다른 피고인과 공모한 바도 없다.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적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화천대유 관련자들에게 700억 상당의 개발이익을 약속받았다는 혐의에는 "유리한 비용 계산을 위한 상호 간 농담"이라며 "구체적 약속이나 이익 제공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 전 기자 측은 특정 민간업체(화천대유 등)에 유리하도록 공모지침이 작성됐다는 의혹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서 지시한 방침"이라며 "실제로 공공의 동의를 얻으려면 확정 수익을 보장해야 하고 안정적인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지침은) 도시개발법상 전혀 이상하지 않은 구조"라고 강조했다.
가장 늦게 재판에 넘겨진 정 변호사 측은 "피고인은 속칭 대장동 4인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과 기본적으로 협의할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며 "직위 자체도 팀장에 불과해 그들과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문제의 지침 작성 과정에 대해서도 "사업 체결이나 선정 과정에서 약간의 표현 미숙이 있을지언정 공사 이익을 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힐 기회를 줬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으로 모든 사실이 다 밝혀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전 기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재판에 성실히 임해서 재판장님의 실체적 진실 판단에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했다. 남 변호사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진실이 꼭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은 제게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였는데 제 일이 변질돼 대단히 슬프게 생각한다"라는 심경을 밝혔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정 회계사는 "물의를 일으켜 너무 죄송하다. 있었던 일은 모두 재판에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기자 등에게 3억 5200만 원을 수수하고,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중 700억 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남 변호사와 김 전 기자,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의 배임에 가담한 혐의와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전략사업실장이던 정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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