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가운데). 남욱 변호사/뉴시스 |
'복사는 안돼' 검찰 반대에도 허용 명령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첫 정식 재판을 앞두고 법원이 '스모킹 건'으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 파일을 다른 피고인들이 복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에 대한 등사를 허용하라고 검찰에 명령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유 전 본부장과 김씨 측은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의 원본을 확인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고, 제3자 진술 등이 포함돼 있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사생활 침해 위험이 있다며 녹음파일의 열람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녹음파일 등사를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는 검찰에 출석해 보유하고 있던 녹취파일들을 제출했다. 정 회계사는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피고인 중 유일하게 혐의를 인정하고 재판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남욱 변호사와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약 651억원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원에 이르는 시행 이익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김씨에게 5억원,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에게 3억5200만원을 수수하고,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중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남 변호사와 김씨,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의 배임에 가담한 혐의와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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