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만배는 대타"…'부산저축 브로커', 화천대유 초기자금 주도 정황
입력: 2022.01.05 05:00 / 수정: 2022.01.05 07:45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전 회장의 매제 조우형(47) 씨가 대출 불법 알선 외에도 대장동 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파악됐다./임세준 기자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전 회장의 매제 조우형(47) 씨가 대출 불법 알선 외에도 대장동 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파악됐다./임세준 기자

'대장동 원팀', 천화동인6호 실소유주로 보기도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전 회장의 매제 조우형(47) 씨가 대출 불법 알선 외에도 화천대유자산관리 초기자금 조달을 주도하는 등 대장동 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파악됐다.

조 씨의 측근 최모(45) 씨의 건설사가 킨앤파트너스(현 플레이스포)의 제주도 호텔을 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기원 우란문화재단 이사장이 킨앤파트너스를 거쳐 화천대유자산관리 초기자금이 된 수백억원을 투자하는데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조 씨의 아내는 2014~2015년 수원지검의 남욱 변호사 수사를 촉발한 ‘수상한 자금’을 빌려쓴 것으로도 나타났다.

조모 씨는 대장동 사업 초기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 불법대출을 알선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조사를 받았으나 입건조차 되지않았다가 2015년 수원지검 재수사 때 구속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을 복역했다. 두 사건 모두 변호인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고 중수부 주임검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다.

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조 씨가 최 이사장 측에 대장동 투자를 설득하는 등 활동을 본격화한 때는 2014년이다. 당시 제주도에 호텔을 건립하려던 킨앤파트너스의 한 임원이 현지 벤처기업에 근무하던 조 씨에게 부지확보 등 자문을 얻으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알려졌다.

킨앤파트너스는 2013년 창립됐고 2년 뒤 최 이사장의 사재 460억 원을 빌려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앵커투자자 역할을 했다. 전 대표이사 박모 씨는 최 이사장과 함께 우란문화재단에서 2014년부터 4년 동안 상임이사를 맡았다. 뒤이어 2018년 대표이사를 지낸 이모 씨도 이 재단에서 경영지원팀장으로 일했다.

제주도 만남을 계기로 조 씨와 킨앤파트너스는 사업을 함께 도모하는 등 관계가 두터워졌다고 한다. 마침 조 씨의 측근이 설립한 건설사가 킨앤파트너스의 '플레이스캠프제주' 호텔 시공사로 선정되는 일도 겹쳤다.

해당 시공사는 ㄷ종합건설이다. 이곳 대표이사 최 씨는 조 씨가 운영하는 음향기기 업체 ‘디앤오’에서 2011년 사내이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이 건설사는 조 씨와 킨앤파트너스가 처음 만난 2014년 세워졌고 바로 그해 사업을 수주해 첫 삽을 떴다.

ㄷ종합건설 관계자는 "호텔의 설계를 먼저 맡은 회사의 추천으로 시공에 참여했고, 완공 뒤 건축 역량을 실제 인정받았다"며 조 씨와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킨앤파트너스측은 플레이스캠프제주 시공사 선정 배경 등을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조 씨는 해당 시공사의 프로젝트관리(PM) 업무를 도우며 최 이사장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당초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어디서든 돈을 끌어 오겠다고 공연히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자, 조 씨가 최 이사장에 접근해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화천대유 투자 혹은 대여를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이사장은 조 씨가 부산저축은행 대출 불법 알선으로 수원지검 수사를 받다 구속된 것을 보고 ‘리스크가 크다’며 처음엔 망설였다"면서 "하지만 김만배 씨, 그쯤 법무법인 강남에 입사한 현 천화동인6호 대표 조현성 변호사가 ‘대타’로 계속 프리젠테이션을 한끝에 사재를 끌어오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예금보험공사의 2014년 수사의뢰서 중 ‘대장동 사업 자금 조사보고서’./주현웅 기자
예금보험공사의 2014년 수사의뢰서 중 ‘대장동 사업 자금 조사보고서’./주현웅 기자

대장동 사업을 잘 아는 관계자들 사이에선 조 씨를 천화동인6호 실소유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호 대표인 조 변호사보다 3살 많은 그가 부산저축은행 대출 알선, 킨앤파트너스 투자금 유치 등 결정적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또 형식적으론 6호가 지난해 조 씨의 회사 디앤오를 흡수합병했다고 등기했으나, 정작 사명은 디앤오를 사용해온 점도 방증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대장동 논란이 불거진 올해 9월 ‘조앤컴퍼니스’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대장동 초기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조우형 씨도 ‘대장동팀’의 주요 일원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며 "수원지검의 대장동 수사를 앞두고 조 씨가 대부분 기록에서 본인 이름과 재산을 감춘 탓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조 씨가 ‘대장동팀’으로 불리는 김만배·남욱·정영학 씨 등과 긴밀한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단서는 더 있다.

<더팩트>가 입수한 예금보험공사의 2014년 수사의뢰서에 첨부된 ‘대장동 사업 자금 조사보고서’는 그중 하나다. 이에 따르면 남욱 변호사는 회사 재산을 담보로 용처를 속여 돈을 빌렸는데, 이 자금 일부를 조 씨 배우자에게 건넸다.

남 변호사는 2012년 본인이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부동산회사 ‘나인하우스’의 대장동 땅을 담보로 부동산투자사 ‘저스트알’에서 25억 원을 빌렸다. 그러나 이 자금은 나인하우스 사업비에 쓰이지 않았다. 대신 골프회원권 구입 약 3억2000만 원, 정영학 회계사 급여 1억1330만 원 등으로 나갔다. 조 씨의 배우자 박모(46) 씨에게는 대여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이 흘러갔다.

예보는 남 변호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박영수 전 특검을 변호사로 선임한 그는 수원지검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더팩트>는 조 씨에게 아내가 받은 대여금 명목의 돈 등의 경위를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 했다.

한편 검찰은 현재 조 씨의 미납추징금을 추적 중이다. 그는 수원지검의 대장동 수사에서 시행사 씨세븐에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불법 알선한 혐의가 드러나 2015년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20억 원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일 JTBC는 조 씨가 현재까지 20억 원 중 1억4900여만 원만 납부했다고 보도했다.

조 씨 명의로 된 재산이 없어 검찰이 추징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올해 6월 그는 본인의 법인 명의로 된 서울 성수동 건물을 2년 만에 급처분한 바 있다. 검찰은 조씨의 재산을 계속 파악 중이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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