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은 아파트 밖 인도를 청소하라는 입주자 요구에 반발한 경비원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한 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이새롬 기자 |
법원 "정당한 요구인지 상당히 의문"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아파트 밖 인도를 청소하라는 입주자 요구에 반발한 경비원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한 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사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아파트 경비원 A 씨와 입주자회의 대표 B씨는 지난해 5월 언성을 높였다. 아파트 밖 인도를 청소하라는 B 씨의 요구 때문이었다. A 씨는 "아파트 경비 업무 외 구청 관할의 땅을 왜 청소해야 하느냐"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B 씨가 반말을 해 말다툼이 커졌으며, 평소 해가 진 뒤 초소 불을 켜도 '왜 낮에 불을 켜느냐'라고 따졌다고도 주장했다.
노동청은 B 씨의 요구는 입주민으로서 정당한 요청이라고 결론냈다. A 씨가 B 씨를 가로막고 경찰을 부른 행위도 입주민에게 급여를 받는 경비로서 직무 범위를 이탈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입주자회의는 B 씨를 비롯해 경비원 모두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이에 A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는 초심·재심에서 모두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입주자회의는 불복하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입주자회의 측은 재판 과정에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돼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 역시 부당해고라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경비원과 6개월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는데 2017~2020년 경비원으로 근무한 16명 가운데 B 씨 등 2명을 제외하면 모두 근로계약이 갱신됐다"며 "6~7년 동안 근무한 경비원도 3명이나 있어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경비원의 근로계약이 갱신돼 온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A 씨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한 것이다.
아파트 밖 인도 청소 요구도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취지에 비춰 C 씨가 B 씨에게 아파트 밖 공간까지 청소를 요구한 것이 정당한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청소 등 공동주택 관리 업무에 필요한 업무에 경비원을 투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다만 입주자가 경비원에게 업무 외 부당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경비원을 노동자로서 보호하기 위해 입주자가 위법한 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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