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에서 잠시 멈춤을 시행한 후 일주일 만에 확진자는 1000여 명이 줄었으나, 위중증 환자는 일주일째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획기적 전환은 힘들어…"백신 접종이 먼저"
[더팩트|이진하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 치료제를 긴급 승인하면서 이르면 다음 달 중순 국내에 도입된다.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등 방역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7일 오후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치료제가 도입되면 재택치료 중심으로 방역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100만4000명분의 먹는 치료제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까지 구매 계약을 마친 치료제는 미국 제약사 머크(MSD)의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과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36만2000명 등 총 60만4000명분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치료제의 신규 도입과 함께 기존 국산 항체치료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고령이나 기저질환 등 고위험 경증·중등증 환자의 입원이나 사망을 줄여 의료·방역체계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팍스로비드의 경우 위중증 예방 효과가 88~89% 정도로 알려져 있다"며 "효과를 예단하긴 어려우나 많은 중증 진행 예방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치료제를 국내 병원, 약국 등에 공급하고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 재택치료자,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등에게 투약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르면 내달 중순부터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만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줄일 수 없다며 반드시 예방접종과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남용희 기자 |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 도입이 방역·치료체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확진자보다 위중증 환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먹는 치료제를 도입하면 위중증을 지금보다 줄여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위중증 환자를 줄이려면 신속한 검사와 신속한 약 투여가 중요하다. 천 교수는 "임상결과를 살펴보면 진단 후 3~5일 이내 약을 투여해야 위중증 발전을 막을 수 있다"며 "환자를 고려한 처방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거점전담병원은 6곳이다. 먹는 치료제를 처방하기 위한 전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거점전담병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도 "일반 병동에서 처방하면 또 다른 집단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전담병원을 통해 처방이 돼야 할 것"이라며 "또 부작용 등을 고려해 신중히 처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먹는 치료제만으로 코로나19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백신과 먹는 치료제를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코로나에 걸리면 위중증 위험이 높은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들은 치료제보다 백신을 우선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령 환자들보다 적은 비율이지만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위중증 환자도 있었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실제 치료제가 도입돼도 소아청소년은 위험 부담이 있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처음으로 도입될 팍스로비드 치료제는 단백질 분해효소(3CL 프로테아제)를 차단해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 생성을 막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의약품이다. 연령, 기저질환 등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 성인·소아(12세 이상, 체중 40kg 이상) 환자에게 사용될 방침이다.
이 단장은 "먹는 치료제 도입은 재택치료 환자들이 위중증이나 사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해 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3차 접종에 적극 참여해주시고 기본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