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의혹' 기소 윤우진…'尹 아킬레스건' 본류는 따로
입력: 2021.12.24 05:00 / 수정: 2021.12.24 10:42
뒷돈을 받고 인허가·세무 관련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뒷돈을 받고 인허가·세무 관련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가족 아닌 윤석열 직접 관계된 뇌물수수·수사무마 의혹…'기소 어렵다' 전망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윤'(윤석열)의 최측근인 '소윤'(윤대진)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에 기소된 '스폰서' 혐의는 일단 개인 비위에 가깝지만 아직 수사 중인 '뇌물수수 의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가장 힘겨운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1부(정용환 부장검사)는 전날 공무원에 대한 청탁·알선 및 법률사건 소개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윤우진 전 서장을 변호사법위반죄로 구속기소했다.

윤우진 전 서장은 2017~2018년 인천 부동산개발업자 2명에게 세무당국 로비 명목으로 1억3000만원을 수수해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내가 알았으면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윤 전 서장의 육류업자 뇌물수수·수사무마 의혹을 놓고 한 말이다. 그는 2013년 검찰이 경찰이 신청한 윤 전 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 중앙지검장을 지냈다. 자신은 당시 대형사건을 돌보느라 보고받지 못 했지만 이제 보니 그렇게 넘길 사건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조 전 지검장의 말처럼 윤 전 서장 의혹의 본류는 이 사건이다. 지금 중앙지검 형사13부(임대혁 부장검사)가 수사하고 있다. 윤 후보도 주연급 등장인물인 사건으로 배우자나 장모 의혹과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 의혹은 2012년 윤 전 서장이 현직 시절 육류업자 김모 씨에게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과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데서 출발한다. 혐의를 잡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6차례 기각하는 사이 윤 전 서장은 해외로 도피했다. 경찰은 이듬해 인터폴 공조로 윤 전 서장을 태국에서 붙잡아 국내 압송했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기각해 풀어줬다. 적색수배 끝에 체포된 피의자의 영장 신청이 기각되는 일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지만 검찰은 2년 동안 사건을 쥐고있다가 2015년 무혐의 처분했다. 해외도피로 파면됐던 윤 전 서장은 무혐의 후 현직 복직해 정년퇴임했다.

이 때문에 검찰조직이 윤석열 후보와 윤대진 검사장 등와 친밀한 윤 전 사장 경찰 수사를 일부러 방해하고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2012~2013년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여주지청장이자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 잘 나가던 시기였다.

2019년 검찰총장 국회 인사청문회 때 캐비닛에서 잠자던 이 사건을 깨워낸 주광덕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이렇게 규정했다.

'검찰 내 은폐·비호 의혹 세력이 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된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

이 사건이 윤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이유는 또 있다. 무마 의혹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2012년 수사 당시 윤 후보가 윤 전 서장에게 영종도 모 골프장에서 골프향응을 받았다는 흔적을 발견했다. 이 문제는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쟁점이 됐는데 윤 후보는 당시 윤 전 서장과 골프는 쳤지만 경찰이 주장하는 시기보다 훨씬 전이며 골프비도 각자 냈다고 해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변호사 소개 '거짓말' 논란도 윤 후보에게 만만하지 않다. 윤 후보가 2012년 윤 전 서장이 수사를 받을 때 대검 중수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이다. 윤 후보의 주장은 '내가 소개해줬다'에서 '윤대진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로 바뀌었다.

이 말을 저격한 건 바로 윤우진 전 서장이다. 윤 전 서장이 지난 7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남석 변호사에게) 문자가 와서 ‘윤석열 선배가 보냈습니다. 만나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만난 걸로 그렇게 기억은 해요."

이 인터뷰 뒤에도 윤 후보는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변호사법 공소시효는 5년으로 이미 지났지만 '거짓말 논란'은 피해가기 힘든 상황이다.

윤우진 전 서장의 뇌물수수·수사무마 의혹은 2019년 주광덕 전 의원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진척이 없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후보를 수사에서 배제하자 비로소 영종도 골프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 후보가 받는 의혹은 꽤 있지만 실제 본인이 직접 관계된 경우는 많지않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고발사주 사건은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공수처는 판사사찰 의혹 등 3개 사건을 더 쥐고 있지만 뚜렷한 수사진척을 기대하기 쉽지않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은 대부분 배우자 김건희 씨와 장모 최은순 씨가 주인공이다.

'윤우진 사건'이 사실상 핵심인 셈이다. 검찰에는 부담스러운 사건이자 수사의지의 시금석이 아닐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하지만 스폰서 의혹과 동시에 수사가 진행됐는데도 윤 전 서장의 공소사실에는 뇌물혐의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8년 만에 본격 재수사에 들어갔던 이 사건이 결국 다시 캐비닛으로 돌아가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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