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모르는 사람의 가상지갑에서 이체된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가상지갑에 들어있던 199.999 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좌에 이체받았다. 이를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돌려주지 않고 또 다른 계정으로 이체해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횡령죄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배임죄는 유죄로 봤다.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A씨가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이 이체돼 발생한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는 있지만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어기고 자신이나 제3자에게 이득을 취하게 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범죄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신임관계에 따라 타인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해야 한다. A씨의 경우는 피해자와 신임관계가 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또 가상자산은 법정화폐와 같이 취급되지 않기 때문에 형법을 적용해 보호할 필요가 없으며 형사처벌할 규정도 없다고도 판시했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