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2심서 징역 35년 '감형'…방청석 울분 폭발
입력: 2021.11.26 13:52 / 수정: 2021.11.26 13:52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양어머니가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사진은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잠든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 /남용희 기자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양어머니가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사진은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잠든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 /남용희 기자

"취약한 아동보호 체계, 개인 양형에만 투영할 수 없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양어머니가 2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취약한 아동보호 체계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물을 수 없다는 이유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부장판사)는 26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 씨에게 징역 35년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했다. 아내의 학대를 방치한 혐의를 받는 양아버지 안모 씨에게는 징역 5년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형은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종신 자유형으로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이라며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려면 범행의 사전 계획 유무와 준비 여부, 잔인함과 포악성 정도, 피고인의 심경 및 태도와 반성 여부 등을 모두 조사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형을 선고할 객관적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함에도 치료받지 않고 범행에 이른 건 피고인 스스로의 책임이지만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잔인하고 포악한 본성이 발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는 등 살인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까지는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나이는 만 35세로서 장기간 수형생활로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자신의 성격적 문제점을 개선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라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정인 양의 사망을 둘러싼 사회적 공분에는 취약한 아동보호 체계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장 씨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회적 공분은 아동을 학대해 살해했다는 범행의 참혹함 때문만이 아니라 아동을 보호할 사회적 보호체계가 취약해 피해자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공분도 적지 않다"며 "관계기관 전문화를 비롯해 아동보호체계가 철저히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등 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책임을) 오로지 피고인 양형에 투영하는 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죄책이 매우 무겁고 이에 대한 크나큰 분노와 슬픔을 감안하더라도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을 객관화할 명백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장 씨가 2심에서도 강력히 부인했던 살인 혐의는 "자신의 학대 행위로 매우 쇠약해진 피해자의 복부에 강한 둔력을 행사할 경우 장기 파열 등 치명적 손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피고인으로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아내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양아버지 안 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안 씨가 정인 양이 아파하는데도 계속 손뼉을 치게 하는 방식으로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는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빠르고 강하게 손뼉을 치게 하고 피해자가 울기 시작하자 '거참'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멈췄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반응에 아랑곳없이 손뼉을 계속 치지는 않았고 유사한 행위를 반복했다고 볼 증거나, 정서적 학대를 인정할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에게 정서적 학대의 위험성을 용인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짚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선고공판 내내 차분히 방청하던 시민들은 장 씨의 형이 감형되자 "아이가 죽었는데 징역 35년이 말이 되냐"며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무죄 공시 여부와 상고장 제출 기한 등을 안내한 뒤 "평생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라"라고 일침을 놓았다.

장 씨는 지난해 10월 13일 생후 16개월의 입양아 정인 양을 때려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검 결과 정인 양은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 4곳이 파열돼 있는 등 심각한 복부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장 씨의 살인 등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학대를 방임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안 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5일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1심 때와 같이 장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안 씨에게도 양부 안 모 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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