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형집행정지가 끝난 뒤 복귀하지 않고 도피한 기결수와 휴대폰과 은신처를 제공한 연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줬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악성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돼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석방됐다.
형집행정지 1개월 시한이 다가와 연장신청을 했지만 불허되자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연인인 B씨 아들 명의의 휴대폰을 얻고 그의 모친 집에 은신했다가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1,2심은 모두 A, B씨의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8개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집행정지가 연장된 줄 알았고 B씨는 A씨가 구치소에 복귀해야하는 줄 몰랐다며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구치소 측에서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장불허 결정을 통보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피 중 함께 있는 자리에서 구치소 측의 전화를 받았으나 '공중전화에서 온 전화를 받은 뒤 연락이 끊겼다'고 거짓말도 했다. 체포된 뒤 구치소 접견에서 "내가 그랬잖아. 여관있으라고", "전화 위치추적했다더라" 는 등 도피교사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국가형사사법 작용의 적정한 행사를 침해했다"면서도 건강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 B씨를 두고는 연로한 모친 등 부양가족이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으므로 범인 도피를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행위도 도피행위 범주에 속하는 한 처벌되지않는다"며 휴대폰과 은신처 제공 행위는 '범인 수사, 재판과 형집행, 형사사법 작용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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