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당직실로 온 고발장…'월성원전' 이상한 장면들
입력: 2021.11.21 00:00 / 수정: 2021.11.21 00:00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사주 의혹과 함께 월성원전 사건의 국민의힘 고발도 사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사주 의혹과 함께 월성원전 사건의 국민의힘 고발도 사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공식배당 일주일전 감사원에 '유선통보'…또 다른 고발사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사주 의혹과 함께 월성원전 사건의 국민의힘 고발도 사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고발인 조사에 나서면서 의혹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9일 '월성원전 고발사주' 의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고발했던 시민단체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2시간가량 조사했다.

지난해 10월20일 감사원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고발 대신 이틀 뒤인 22일 수사참고자료를 보낸다는 공문과 자료 일부를 대검찰청에 보내면서 수사를 의뢰했다. 같은 날 저녁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12명을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감사결과보고서에는 관련자 이름이 모두 비실명으로 나와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틀 만에 실명을 고발장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수사 중인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사건처럼 검찰과 야당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게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감사원 발표부터 대전지검 배당까지 의심스러운 정황들

고발장은 지난해 10월22일 오후 8시30분께 대전지검 당직실에 인편으로 접수됐다고 한다. 다음날인 23일 감사원은 직원 3명을 대검에 보내 7천장 가량의 수사참고자료를 공식적으로 전달했고, 대검은 대전지검에 이 자료를 보내기로 했다. 전산 기록상 대검이 받았던 수사참고자료는 27일 대전지검에 이첩됐으며 11월2일 형사5부에 사건이 배당됐다. 감사원이 자료를 보낸 당일 일과시간 이후에 국민의힘이 서둘러 고발장을 접수한 경위와 사건이 배당되기도 전에 대검이 수사참고자료를 내려보낸 결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5일 수사팀은 산업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유사한 사건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장을 접수받아 고발인 조사까지 진행했었다. 국민의힘이 대전지검에 고발하지 않았다면 감사원 자료는 중앙지검에 가는 게 자연스럽지만 국민의힘의 고발로 수사의 주도권은 대전지검으로 넘어갔다. 산업부가 세종시에 있다는 이유도 있겠으나 국민의힘이 왜 고발장을 대전지검 당직실에 접수했는지는 여전한 의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중앙지검에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있었기 때문에 대전지검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의심스러운 대목은 또 있다. 사건이 대전지검 형사5부에 공식적으로 배당된 것은 지난해 11월2일인데 6일 전인 10월27일에 형사5부 소속 검사가 감사원에 사건을 맡게 됐다고 전화로 통보한 일이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강민아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지난해 10월27일 대전지검 담당 수사검사에게 사건이 배당됐다는 유선으로 통보를 받았다"며 "수사참고자료 외에 3, 4쪽 분량의 참고자료 공문을 추가로 보냈다"고 밝혔다. 공식배당 약 일주일 전에 수사검사가 감사원에 배당 통보에 이어 추가자료 요청까지 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2일이 대전지검 배당이라고 알고 있는데 유선상으로 배당을 미리 하고, 자료도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있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1월2일이 대외적으로 공개된 배당으로 여겨졌는데 10월27일이 사실상 배당이라는 의미인지, 전례가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29일, 8개월여 만에 지방 검찰청 순회에 나섰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두봉 전 대전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29일, 8개월여 만에 지방 검찰청 순회에 나섰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두봉 전 대전지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총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해 10월29일 지방순회 재개 첫 방문지로 대전지검을 찾아 이두봉 전 대전지검장(현 인천지검장)을 만났다. 이미 사건이 비공식적으로 배당된 후에 대전지검을 방문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이 우연의 일치인지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근무했던 A검사가 지난해 11월초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국정감사 이후 컴퓨터를 모두 교체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정황도 의혹이 남는 지점이다. A검사는 라임 술접대 대상자로 지목돼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이른바 '96만원 계산법'으로 기소를 피했던 인물이다.

지난달 5일 국정감사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발표 전인 지난해 10월 김봉현이 술접대 사건을 폭로했다. A검사가 고발사주 사건의 중심적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윤석열 검찰은 A검사를 불기소해야 했지 않았겠는가"라며 "사람들의 연결고리까지 포함하면 월성원전 사건도 고발사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심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대검은 당시 PC를 교체한 공식 기록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발인 조사를 마친 공수처는 조만간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 감찰부도 의혹을 두고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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