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대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폭행했다면 '소방기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동률 기자 |
"만취로 인식 못해…피해자도 처벌 불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응급처치를 하려는 소방대원을 발로 차는 등 폭행한 대학 교수가 형사처벌을 피했다. 소방대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소방기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다. 해당 교수는 당시 만취한 상태로 사고를 당한 상태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대학 교수 A 씨의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지난해 12월 오후 6시 30분께 만취 상태로 지하철 역사 안 에스컬레이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할아버지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떨어져 피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B 씨는 신분을 밝힌 뒤 응급처치를 하려 했다. 이에 A 씨는 B 씨를 향해 "XXX야"라는 욕설을 하고 여러 차례 발로 찬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A 씨를 소방기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A 씨가 당시 만취 중 사고를 당한 상태였던 데다 소방대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방호복을 덧입고 있어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위해 출동한 소방대원'이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는 이유다. A 씨는 사건 직후 응급실로 이송돼 대뇌 타박상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출동한 소방대원을 폭행해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반적인 폭행죄보다 가중 처벌하고 있는 소방기본법 입법 취지 등에 비춰 볼 때 출동한 소방대원을 폭행한 경우라도 소방대원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구급활동을 위해 출동한 소방대원'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A 씨의 폭행 혐의는 인정됐지만 피해자 B 씨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하면서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형사소송법 327조는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철회됐을 때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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