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서 길 잃은 '특검 레전드'…박영수의 진실은
입력: 2021.11.10 05:00 / 수정: 2021.11.10 06:58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전날 박영수 전 특검의 먼 인척이기도 한 부동산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더팩트 DB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전날 박영수 전 특검의 먼 인척이기도 한 부동산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더팩트 DB

10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부터 등장…딸은 참고인 조사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검사로서 불의를 수사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거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검사도가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수락했다."

2016년 11월 박영수 변호사가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에 임명된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대표적 특수통 출신인 그는 윤석열 검사(현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수사팀장으로 불러들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13명을 구속하고 30명을 재판에 넘겼다. 역대 특검 중 최대의 개가였다.

'국민 검사'로 각인됐던 박 전 특검은 4년 뒤 뜻밖의 사건에서 숱한 흔적이 발견된다. 바로 '대장동 개발 의혹'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전날 박영수 전 특검의 먼 인척이기도 한 부동산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자들이 환경영향평가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건넬 2억원을 이씨가 마련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이씨를 두고 "촌수도 계산할 수 없는 먼 친척이고 자금 거래는 알지 못 한다"이라고 해명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박 전 특검은 이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그 아들은 이씨의 또다른 업체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가 회사에서 빌린 돈 109억원이 들어간 곳도 이씨의 분양대행업체다. 이 돈은 한 중소건설업체 대표 나모 씨에게 흘러갔다. 남욱 변호사도 2014년경 이씨의 분양대행업체에 4~5억원을 송금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박 전 특검은 2015년부터 특검 임명 직전까지 화천대유 고문변호사를 맡았고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에 거론됐다.

박 전 특검 딸도 2016년부터 화천대유에서 토지보상업무를 맡다 대장동 아파트를 1채를 분양받고 최근 퇴직을 준비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처럼 퇴직금 50억원을 받게될지 주목되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의 이름은 2015년 수원지검 대장동사업 정관계로비 의혹 수사 때 다시 등장한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려 1,2심 무죄를 이끌어냈다./이새롬 기자
박 전 특검의 이름은 2015년 수원지검 대장동사업 정관계로비 의혹 수사 때 다시 등장한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려 1,2심 무죄를 이끌어냈다./이새롬 기자

박 전 특검이 단순히 화천대유에서 일을 보다가 일부 혜택을 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대장동 사업팀과의 인연은 훨씬 오래됐다.

대장동 개발에서 박 전 특검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때는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다. 그는 초기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부산저축은행에서 1100억원 대출을 끌어온 금융브로커 조모 씨의 변호를 맡았다. 조씨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박 전 특검과 조씨를 이어준 사람은 김만배 전 기자로 알려졌다.

그의 이름은 2015년 수원지검 대장동사업 정관계로비 의혹 수사 때 다시 등장한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려 1,2심 무죄를 이끌어냈다. 검찰은 특수부가 맡은 사건인데도 이례적으로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무죄가 확정됐다. 수사단계에서는 법정형이 더 높은 횡령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의문도 불렀다.

공교롭게도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이기도 한 남욱 변호사와 6호 소유주 조현성 변호사와도 법무법인 강남 출신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2012년 일산 풍동 개발 사업에도 관여하다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도 박 전 특검과 양재식 전 특검보가 변호인으로 나서 입건을 피했다.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박 전 특검과 '대장동 사업팀'은 10년 가까이 얽히고설킨 관계를 보여준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여러 정황을 볼 때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의 단순한 관여자라기보다 일정 지분을 가진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전 특검을 불러 조사할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는다. 다만 박 전 특검의 딸은 지난달 25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김만배 전 기자와 남욱 변호사는 지난 4일 구속됐고 구속기간은 10일이다. 1차례 10일 연장할 수 있다. 그안에 재판에 넘겨야 한다. 전담수사팀은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발생해 갈길이 바쁘다. 기간 내 박 전 특검까지 조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부분의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 더디다는 지적에는 일정 공감한다"고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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