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비리를 밝히기 위해 동료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유출한 시민 활동가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이효균 기자 |
동료 약식기소 됐지만…법원 "정당행위 아니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내 비리를 밝히기 위해 동료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유출한 시민활동가가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받았다. 해당 동료는 비위 의혹으로 사법처리됐지만 법원은 "공익 목적이라도 개인 사생활을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시민운동가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A 씨는 2018년 11월 자신이 활동하는 단체 사무실에서 동료 B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 일부를 저장매체에 담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가 유출한 대화 내역에는 타인 험담과 불만사항 등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나름대로 피해자 비위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로 대화 상대방 범위를 한정했더라도, 피고인이 유출한 대화 내역에는 피해자 비위와 관계없는 개인의 정보나 비밀, 사생활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피고인의 (대화 내역 유출의) 주된 동기가 피해자의 비위 사실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라도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함부로 침해돼서는 안 되는 중대한 법익"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판부는 "내부 비리 신고자를 보호해 공익 신고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크다"면서도 "오늘날 개인의 정보나 사생활 관련 내용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축적·관리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타인의 정보나 비밀을 유출하는 행위를 형법상 정당 행위로 평가하려면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피해자 B 씨에 대해 "부패 행위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된다"라고 결정했다. 권익위는 또 부패신고 보호결정문에서 "신청인(A 씨)이 다른 부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고했다고 볼 이유가 없다"라고 명시했다. B 씨는 9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약식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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