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서 들어와 →기억 안 나"…해명할수록 얽히는 김웅
입력: 2021.11.07 00:00 / 수정: 2021.11.07 00:00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과천=이동률 기자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과천=이동률 기자

뉴스버스 통화 공개…"정치적 책임보다 법적 책임 의식"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이 갈수록 의문을 더하고 있다. 김 의원은 "기억이 안 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검찰 측에서 들어온 고발장을 전달만 한 것 같다'는 내용의 통화녹음이 공개되면서 그간 내놨던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발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지난 4일 김 의원과 뉴스버스 기자와의 통화녹음을 공개했다. 지난 9월2일 뉴스버스의 고발사주 의혹 보도가 나오기 직전 통화한 내용이다.

공개된 통화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피해자로 들어간 고발장을 어떻게 받았냐는 뉴스버스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검찰 측 입장에서 들어왔던 것 같고, 제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건을 집어넣었다고 하면 그쪽 문제인 것이다. 저는 온 것을 전달만 한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검찰의 입장이 담긴 고발장을 검찰에서 받았다는 것으로 보인다.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이 피해자라는 내용이 있다는 뉴스버스 기자의 질문에 김 의원은 "그쪽의 입장을 전달해준 것 같다. 저는 그걸 받아서 그냥 그대로 패스만 해준 것 같다"며 "어차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묻자 김 의원은 "검찰쪽에서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니까 그거를 검찰 안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해서 보내줬을 수는 있다"며 "저는 그냥 전달만 한 것 같다. 전혀 그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이같은 발언은 "누구한테 고발장을 전달받았는지 모른다"던 김 의원의 기존 입장과 어긋난다. 김 의원은 보도가 나온 뒤에도 여러 차례 해명을 바꿔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김 의원은 "문제되는 문건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공익제보자 조성은 씨와의 통화내용이 공개되자 "(녹취록 속 '저희'라는 표현이) 검찰은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을 배제하는 쪽으로 입장을 다시 정했다.

지난 3일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은 뒤에도 김 의원은 예민한 질문에 여전히 "기억이 안 난다"고 선택적 면모를 보였다. '저희'라는 표현에 대해 김 의원은 "저도 정확히 기억은 못 하고 추정이다. 그 부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녹취록 전체 내용을 보니 갑자기 그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며 '악마의 편집'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손 준성 보냄'이 적힌 텔레그램 메시지로 고발장이 전달된 사실을 기억하냐는 질문에도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누가 보냈고, 누가 만들었는지 아직 안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단 '손 준성 보냄' 하나인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누가 작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억이 안 나 단언할 수 없다는 정도로 이야기 드렸다"고 언급했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과천=이동률 기자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과천=이동률 기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도 남겼다. 김 의원은 "야당 정치인에게 오는 제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 때문에 직접적으로 고발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우니까 정치권에서 이걸 문제제기 해달라고 해서 오는 그런 수많은 것 중에 하나"라며 "그걸 고발사주라고 이름 붙이면 모든 제보는 고발사주가 된다"고 말했는데 현직 검찰 간부가 고발장을 보냈다고 의심받는 사건을 '정치권에 부탁' 정도로 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보여야 할 명확한 해명대신 고발장 작성·전달 주체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구심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의 해명은 정치적 책임보다는 법적 책임을 의식하는 반응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조사한 내용을 분석해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손 검사 밑에서 일했던 검사 2명을 최근 추가 입건하고, 5일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진상조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되면서 공수처는 무거운 부담을 안게 됐다. 수사에 집중해도 '야당을 탄압했다'는 비판이, 반대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정치권 눈치를 봤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것으로 보인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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