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의혹'의 핵심인물 김만배 전 기자와 검찰이 구속영장을 놓고 두번째 맞붙는다./이동률 기자 |
기각 때보다 혐의 소명 구체화…발부되면 이재명 수사 본격화?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장동 개발의혹'의 핵심인물 김만배 전 기자와 검찰이 구속영장을 놓고 두번째 맞붙는다. 1차 기각 때보다는 검찰의 혐의 소명이 좀더 구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전 기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연다. 지난달 14일 기각된 지 20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김 전 기자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배임),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먼저 추가기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김 전 기자가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손을 쓰고, 성남도개공의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도록 해 도개공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의심한다. 각종 편의를 봐준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이중 5억원을 먼저 줬다는 혐의도 둔다.
우선 1차 기각 때 배임액 '1001억원 플러스 알파'보다 액수가 줄어든 '최소 651억원'으로 영장에 써넣었다. 입증 가능한 확실한 금액으로 압축하고 추가수사로 전모를 밝힌다는 전략이다. 택지개발이익 평당 1500만원 이상을 1400만원으로 낮추고 화천대유가 직영하는 5개 블록 아파트·연립주택 신축, 분양이익에서 공사의 이익환수를 배제했다는 등 배임 내용도 좀더 촘촘히 짰다.
김 전 기자가 유 전 본부장에게 준 뇌물 5억원도 수표 1000만원권 40장과 현금 1억원으로 전달했다고 상세히 지목했다. 애초 수사 과정에서는 4억원 수표와 1억원 현금이라고 파악했다가 1차 영장에는 현금 5억원으로 적는 등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과 사건 관계자 진술에만 의존하다 영장을 기각당한 수사팀이 이번에는 구체적인 근거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법원은 '비진술증거'인 물증을 더 중시하는데 이전보다는 보완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마치고 두 팔 들어 인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특경법상 배임은 이번 대장동 의혹 수사의 핵심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등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이기 때문이다. 김만배 전 기자의 영장이 발부된다면 어느정도 배임 혐의가 소명된 셈이다. 수사팀으로서는 윗선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다만 김 전 기자의 영장이 발부된다면 이 후보에게 첫번째 연결고리는 걸 수 있지만 이후 수사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대장동 4인방'의 배임 공모에 이 후보가 참여했다는 더 큰 연결고리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변호사인 이 후보가 형사적 문제 소지가 있다면 대장동 사업을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고 다니지는 못 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나온다.
법원이 뇌물 혐의만 소명됐다고 본다든가 다른 사유로 영장을 내줄 수도 있다. 부동산 개발 사건을 많이 맡아본 한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은 형태는 민관합동이지만 성남도개공이 끼어든 것만 빼면 사실상 민간개발 구조다. 민간 개발사업자들은 구속될 각오하고 크게 한 탕하겠다는 경우가 많다"며 "뇌물이든 뭐든 형사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담수사팀은 전날 김만배 구속-유동규 추가기소로 사건을 마무리짓고 이 후보의 배임 혐의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수사팀은 현재까지 어떤 결론을 내린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앞으로도 결론을 예단하지 않고 증거관계를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만배 전 기자와 함께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 정민용 변호사도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결과는 밤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