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8일 오후 경기 과천정부청사 공수처에서 열린 '공수처검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구속영장 기각에 비판 거세져…2일 출석 예정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조사하기로 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2일 손 검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1호 구속영장' 기각은 공수처가 자초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속영장에 핵심인물 대부분을 '성명불상'으로 표기한 것까지 알려지면서 수사가 미진한데도 영장을 밀어붙였다는 질타도 이어진다.
다만 일종의 수사 전략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손 검사 측에 증거나 수사상황을 전부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카드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윗선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선 손 검사 조사가 시급한데 야권 대선 후보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영장청구가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의자가 수사를 회피하는 정황이 있다보니 조속히 수사를 받으라는 의미에서 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며 "오히려 강하게 수사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와 지난 4일부터 조사 일정을 조율해왔다. 손 검사가 '변호사 선임이 늦어진다'며 공수처의 출석을 여러 차례 미루자 공수처는 20일 손 검사에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출석하지 않으리라 단정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공수처와 손 검사는 22일 조사를 협의했으나 손 검사는 조사 예정일을 하루 앞둔 21일, 11월 2일 또는 4일로 또다시 연기를 요청했다. 이에 공수처는 23일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피의자 조사를 건너뛰고, 체포영장 재청구 대신 구속영장 카드를 꺼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한다.
실제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늦게 받았다는 손 검사 측의 항의에 공수처는 "청구 시 통보는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는 등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의 경우에 해당할 것"이라며 "이번 사전영장 청구는 계속되는 손 검사의 출석 불응에 대응해 출석을 담보해 조사를 진행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반면 손 검사의 조사를 위해 구속영장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면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을 표방하던 공수처의 출범 취지에 어긋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인사는 "구속영장은 정의의 공백이 있을때 청구하는 것이다. 만약 수사 편의를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 근본적인 원리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구속영장을 쳤다길래 혐의를 소명할 충분한 증거가 있었는 줄 알았는데 (결정적인 것은 없었다.) 체포영장을 한 번 더 청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발장을 지시한 사람이 따로 있고, 만든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한다면 손 검사 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영장도 같이 청구했어야 했다"며 "구속영장은 엄중해야 한다. 진술에 따라가는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장에서 핵심 인물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오히려 '부실수사'의 반증이며 '손준성 보냄'이라는 물적 증거는 확보했어도 유의미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는 추가 증거와 진술을 확보하는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손 검사 측의 의견을 법정에서 받아내 조사 일정을 잡기도 했다. 수사팀은 11월2일 손 검사에 대한 조사에 이어 김웅 의원 등 관련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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