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의 '때늦은 정의'…긴급조치 피해자 국가배상 인정
입력: 2021.10.21 12:00 / 수정: 2021.10.21 12:00
유신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산 고문 피해자가 47년 만에 국가배상을 받게됐다. 피해자 오종상 씨는 판결 확정 4일 뒤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2016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후 입장을 밝히는 생전의 오종상 씨. /뉴시스
유신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산 고문 피해자가 47년 만에 국가배상을 받게됐다. 피해자 오종상 씨는 판결 확정 4일 뒤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2016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후 입장을 밝히는 생전의 오종상 씨. /뉴시스

'분식정책' 비판에 실형 산 오종상 씨…대법 판결 나흘 뒤 사망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유신정권의 분식 장려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산 고문 피해자가 47년 만에 국가배상을 받게됐다. 피해자 오종상 씨는 확정 판결 4일 뒤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고문후유증에 따른 질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오종상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심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농업에 종사하던 오종상 씨는 1974년 5월 버스를 타고가다 옆좌석 일행에게 유신정권의 분식 장려운동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한 달 뒤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영장없이 연행돼 긴급조치 1호 위반, 반공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폭행, 잠안재우기 고문을 당해 혐의를 인정하고 말았다. 비상보통군법회의 검찰부에서도 가혹행위로 허위자백한 오씨는 공판에서는 공소사실을 부인했지만 1975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형이 확정됐다.

오씨는 33년이 지나서야 희망을 가졌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오씨의 사건이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국가는 피해자와 가족에 사과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이어 2010년 대법원은 재심 상고심에서 오씨의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결에도 국가배상 길은 멀었다. 1심 법원은 오씨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민주화보상심의원회의 생활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법원은 재판상 화해 효력 범위에 위자료 사항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일부 승소 판결로 바꿨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6년 다시 1심으로 돌아가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인정해 원심을 파기했다.

판단의 근거가 된 민주화운동보상법이 위헌이라고 본 오씨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하자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 결과 헌재는 2018년 8월 일부 위헌 결정을 선고해 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5년 전 오씨에게 비보를 전했던 대법원은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고 국가 배상 책임을 최종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가는 오씨에게 위자료 약 1억1537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오씨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 나흘 뒤인 10월4일 8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47년 전 고문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암 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긴급조치변호단 이정일 변호사는 "긴급조치 사건은 대부분 당시 대학생들이 피해자인데 오종상 선생은 농민이자 평범한 시민으로서 최종 승소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2012년 서울고법이 배상책임을 인정하고도 2016년 양승태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었고, 헌재 위헌결정 뒤에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확정 판결했다는 점에서 '때늦은 정의는 실현되지 않은 정의'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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